[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 방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 간 실무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5일 “비건 특별대표가 6일 평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지난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을 더 진전시킬 것”이라며 “그것은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관계 변화,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실무협상 장소가 당초 예상했던 판문점이 아니라 평양으로 정해지면서 양측 정상간 합의문 초안 작성에 상당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특히 비건 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실무협상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할 수 있어 속도감 있는 실무협상도 기대된다.    

비건 대표가 평양에 방문한다면 새로운 카운터 파트인 북한의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되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을 발표한 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체제 구축 등을 구체화시키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2차 핵담판에 앞서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원칙을 공식화하면서 이번에야말로 북미 간 비핵화 상응조치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한고 기념촬영한 뒤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앞서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약속을 지킨다면 두 정상이 지난 여름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단계적‧동시적 이행’ 기조와 연결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서 초기에 일괄타결식 속도전을 내세웠던 미국이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고 장기전으로 전환한 것을 확인한 셈이다. 

일단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언급해온 대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검증에 이어 영변 핵시설의 폐기 및 검증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라늄·플루토늄 농축시설 등을 갖춘 영변 핵단지는 북한 핵 생산의 심장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 지원은 물론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등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 줄곧 대북 제재를 주장해왔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도 주장한 바 있어 미국의 대응 수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미북 간 실무협의에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해체와 국제기구 참관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영변을 포함한 북한 핵시설 폐기가 추가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비건 대표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영변을 넘어(Beyond Yongbyon) 전체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를 허용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전면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할 것을 우려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올브라이트는 4일 미국 매체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차기 정권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약속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한미연합훈련 전면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내줘선 안 되며, 차기 미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조치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6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이나 그 직전에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공개할 예정이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또는 휴양지인 다낭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되면 북미 간에 정상회담 경호 및 의전과 관련된 실무협상도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