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합상품인 컬덕(문화 culture+상품 product) 활용하면 마케팅 큰 효과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사람도 수명이 있듯이 문화예술작품에도 수명 주기가 있다. 상품수명주기(PLC: Product Life Cycle)는 일반적인 상품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한다. 모든 상품에는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라는 단계별 수명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단계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상품수명주기를 고려하면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작품도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거치게 된다. 수명 주기에 따라 작품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변하기 때문에,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에서도 작품의 수명 주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입기란 새 작품이 시장에 처음 소개되어 문화예술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그 작품을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단계이다. 도입기에는 작품의 인지도가 낮아 잠재고객이 망설이게 되어 수요가 미미할 수 있다.

이때 잠재고객들에게 작품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무료 티켓을 배포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구전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도입기에는 판촉비용이 초기에 집중적으로 지출되고 매출액도 적어 적자가 날 수도 있다.

작품의 도입기에 '컬덕(cult-duct)'을 개발하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데 효과적이다. 문화(culture)와 상품(product)의 합성어인 컬덕은 한 마디로 문화 융합 상품이다. 기업에서 기능과 가격 및 서비스를 강조하는 마케팅만으로는 자사 상품을 차별화하는데 한계가 있어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컬덕이었다.

문화예술 마케팅에서도 작품과 관련된 컬덕을 잘만 개발하면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컬덕은 열정적인 고객들을 우선적인 목표 대상으로 삼는다. 열정 고객들은 입소문도 잘 내기 때문에 문화예술 마케팅에서도 열정 고객을 상대로 컬덕을 알려야 한다.

   
▲ 미국 메사예술센터의 ‘메사 뮤지컬 그림자’ 컬덕 (2016).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미국 애리조나주의 메사예술센터에서는 <메사 뮤지컬 그림자(Mesa Musical Shadows)>(2016)라는 컬덕을 기획했다. 일조량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애리조나주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면 소리 내는 장치를 도로 바닥에 깔았다. 포장도로를 놀이 공간으로 바꿔버린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포장도로가 사람의 그림자에 반응해 음악을 연주하면 사람들은 신이 나서 다양한 그림자를 계속 만들어냈다. 각자가 움직이는 대로 소리가 어우러지며 놀라운 뮤지컬 작품이 완성되는 방식이었다. 길거리는 뮤지컬의 무대였고, 그림자를 만드는 행인은 공감각을 활용한 작곡가였던 셈이다. 사람들이 움직임에 따라 천차만별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재미있는 컬덕이었다.

성장기에는 문화예술작품이나 문화예술기관이 널리 알려지고 매출액도 완만히 증가한다. 이때는 기존 고객들의 반복 관람을 유도하고 새로운 고객도 유치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경쟁 기관들끼리 가격 인하 경쟁을 할 수도 있으니, 작품과 기관을 차별화시키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작품을 무조건 널리 알리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작품을 선택할만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우월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관이나 단체의 브랜드 자산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작품의 수준이나 고객 서비스를 대폭 개선함으로써 부가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기관이나 단체의 브랜드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어떤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티켓 판매율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현상 유지에 그칠 정도로 느려지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너무 많이 기획해 경쟁이 심화될 경우에도 성숙기를 앞당길 수 있다.

가격 인하 경쟁이 과도해지고 판촉비용이 늘어나면 이윤이 감소하고 경쟁자도 많아져 작품을 차별화시키는데 있어서 제약 요인이 된다. 이때는 잠재 고객들을 실제 관객이 되도록 유도하거나 현재 관람객의 관람 횟수를 늘리는 마케팅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재 마케팅(re-marketing) 전략을 시도해 작품의 수명주기를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다.

   
▲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초연 포스터 (1853). /자료=김병희 교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새 작품을 기획해야 한다. 물론 성장기에 미리미리 다음 작품을 조금 일찍 기획하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도 있다. 어떤 작품을 선정해서 문화예술 소비자와 어떻게 만나게 하느냐에 따라 문화예술 마케팅의 성과도 달라진다.

새 작품을 기획할 때 가장 이상적인 목표는 예술성이 높고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예술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관객들의 기호와 잘 맞아떨어졌을 때가 가장 잘 기획된 경우이다. 예를 들어, 베르디 작곡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초연 1853)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미 다섯 번이나 본 사람과는 상당히 다른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어떤 작품에 대해 관객들이 느끼는 감동은 그들의 사전 지식과 선호 여부 또는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새 작품을 기획할 때는 사전 조사를 통해 이전의 관람 여부와 관람 횟수를 비롯해 관객들이 새 작품에서 바라는 기대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쇠퇴기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문화예술작품을 현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단계이다. 오래오래 지속되는 작품도 있지만 문화예술작품도 결국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쇠퇴기에 접어들게 마련이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기호가 변하거나 불황으로 인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곧바로 쇠퇴기에 접어들기도 한다.

쇠퇴기에는 마케팅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까? 문화예술작품의 공연이나 전시를 중단하거나, 현재 수준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되 표적 시장의 범위를 축소해 유리한 세분 시장에만 집중하는 방법이 있다. 갑자기 쇠퇴기에 돌입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작품을 기획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 내부의 제반 요인들을 혁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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