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값 상승세…페이자오광산 댐 붕괴 여파
자동차·건설·조선업계, 제품가격 인상에 난색
   
▲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왼쪽)·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연합뉴스·현대제철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원재료값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는 철강업계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카드로 비철강부문 강화를 꺼내들고 있다.

2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철광석값은 톤당 87.77달러로, 올 초 대비 22.5% 가량 급등했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등의 악재로 올해 전 세계 철강수요 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지난달 25일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가 보유한 페이자오광산 댐 붕괴 여파로 브라질 정부의 관련 규제가 강화된 것이 꼽힌다.

발레가 10개 광산 댐 해체를 위해 3년간 13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언급된다. 발레는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이번 조치로 최대 7000톤 규모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제품 원가에서 철광석의 비중이 30% 수준이라는 점에서 제품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실제로 포스코·동국제강·동부제철은 일부 제품가격 인상을 결정했으며, 현대제철도 이러한 기조에 편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조선·건설을 비롯한 전방산업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의 경우 '큰 손' 현대자동차가 실적 급락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5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떨어졌다.

조선업계는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실적저하 및 지난해 상·하반기 협상에서의 가격 인상을 들어 수입산 철강재 사용량 확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박 건조비용의 20%에 달하는 후판값이 높아지면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와의 철근값 협상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철근값은 그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와 철강업계가 분기별 협상을 벌여 기준가격을 책정하고 업체별 상이한 할인율을 적용했으나, 이를 월별로 바꾸는 것을 놓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기준가격 설정기간이 분기에서 한 달로 줄면 가격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선박 아랫면 제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철판)./사진=동국제강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비철강부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적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전방산업 부진에 얽매여 가만히 앉아 실적 악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철강계열사 출신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의 경우 이미 지난해 비철강부문의 매출이 철강부문을 넘었으며, 2021년에는 이를 53%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식량·트레이딩 등 포스코대우의 핵심사업 역량을 향상시키고,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 합병을 결의하는 등 오는 2030년 그룹 수익의 20%를 비철강부문이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 출신 안동일 사장을 영입한 현대제철은 김용환 부회장이 비철강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앞서 지난달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제철소 부생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수소전기차 충전용 수소가스 공급 확대 △시멘트 대체제 개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부문은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 등 수급여건에 문제가 있고,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외국의 규제가 몰려있다"며 "철강부문 본연의 경쟁력 확보 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녹록찮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