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뇨라 대표, 임단협 타결 3월 8일 데드라인 설정…17차 본교섭 무산
파업으로 생산 9000여대 차질…1700억원 손실, 협력업체 1100억원 손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가 말한 노동조합과 회사측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 데드라인을 5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노사간의 협상이 공전되며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부산상공회의소도 르노삼성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재차 촉구하는 부산 상공계 호소문을 발표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 하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달 28일 재무본부장을 포함한 EC 경영진들이 참석해 노조에 경영상황을 설명하려는 자리를 만들고 이어 노조 집행부와 제 17차 본교섭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노조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노조는 이날 협상을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가 총 42차례, 160시간의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까지 9000여대가 생산차질을 빚고 있으며 매출손실 규모는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르노삼성의 생산차질로 협력업체 역시 공장이 멈춰서면서 11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노조의 파업에 따른 르노삼성과 협력업체의 손실금액은 총 28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26일 시뇨라 대표는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와 만나 "오는 8일까지는 노사간 협상을 마무리해야 신차 배정 및 물량 확보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노조와 만나 "부산공장은 그동안 생산비용은 높지만 생산성 또한 높았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기서 부산공장의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물량 배정 경쟁에서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뇨라 대표가 말한 오는 8일의 임단협 타결 데드라인을 앞두고도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이번주가 르노삼성의 수출물량 배정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는 3월말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로그 후속 수출물량 배정과 함께 르노삼성의 운명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우 파업에 따른 르노삼성과 협력업체의 손실액 확대는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9월 위탁생산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의 대체물량 확보 여부가 르노삼성의 운명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로그를 10만7245대를 수출했다. 이는 르노삼성의 전체 판매량의 절반정도에 달한다. 때문에 후속 모델 배정에 자칫 차질이 발생하면 르노삼성은 구조조정의 나락으로 떠밀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쿠페형 SUV 신차를 11월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로그를 대체하는 수출물량은 아니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사측은 "신차 출시 계획은 있지만 이것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내수 판매를 올리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지 로그를 대체하는 수출하고는 연결고리가 없다"며 "수출물량은 전적으로 르노 본사의 몫으로 로그 후속 수출물량 배정은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기본급 등의 고정비 인상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단일호봉제 도입, 특별격려금 300만원 지급, 축하 격려금 250%,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일부 조합원의 경우 상여금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급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되 최대 1400만원의 보상금을 일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생산성 격려금(PI) 350%, 이익배분제(PS) 선지급 300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등이다. 

사측은 현재도 높은 생산비용으로 부산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본급 대신 성과급 인상을 통해 임금 인상을 보전하려고 하고 있다.

한편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달 27일 르노삼성 협력업체들과 함께 공동성명서를 채택한 데 이어, 이날 추가 호소문을 통해 르노삼성 임직원과 부산시민에게 조속한 임단협 타결 및 이후의 적극적인 지지를 거듭 부탁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부산시민에게 르노삼성은 단순히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 중 하나가 아니라, 부산경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160시간 동안 이어져온 르노삼성의 부분파업이 더 이상 장기화 되는 것은 막아야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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