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 이끈 후쿠자와 유키치, 존경 한몸에 받아
대한민국엔 이승만 존재하지만 존경 커녕 미움만 받아
일본 메이지유신의 주역 후쿠자와 유키치와 사이고 다카모리의 발자취를 추적해 봤다. 오늘 날의 일본을 만들어낸 그들, 대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꿈을 꾸었던 걸까? 일본에 대한 반감은 잠시 접어두고 조선이 왜 허무하게 무너졌는지, 어떤 이유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치열한 반성을 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메이지유신②]일본에 '자유' 선물한 후쿠자와 유키치…이승만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일본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특히 상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 어딜 가나 깨끗한 도로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일하는 듯한 한국 사람들의 표정, 지저분한 거리가 떠오르면 우울해진다. ‘그러는 나는 잘하고 있나’ 반추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선진국과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의 차이는 이렇게 분명하다.

물론 일본도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 역시 무지했던 시절이 있었고, 서양 열강들의 침범으로 불평등조약을 맺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만들어낸 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본의 근대 계몽 사상가이자 교육가라고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가 있었다. 그는 서구 문명의 우월함을 깨달은 후부터 어떻게 하면 일본도 서양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인생을 바친다.

   
▲ 규슈 오이타현 나카쓰역 인근에 세워진 후쿠자와 유키치 동상 전경. 동상 옆에는 지난 2004년 1만엔권 발행 30주년을 기념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미디어펜

도쿠가와 막부 말기 가난한 하급무사 출신인 그는 “사람에게 태어날 때부터 빈부귀천의 구별은 없다. 오로지 학문을 열심히 닦아 사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귀한 사람이 되고 부자가 되며, 무학인 사람은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된다”고 강조했다. 학문을 통해 외형과 내면을 바꿔야 근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그는 게이오대학교의 전신인 게이오기주쿠를 설립해 후학들을 키웠고, 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며 책을 저술해 국민들을 계몽시켰다.

자유, 경쟁, 권리, 토론, 연설, 문명, 저작권 등의 일본식 한자어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도 그다. 우리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근대 용어 역시 일본에서 온 것이니, 우리도 어느 정도 후키자와 유키치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이 단어들이 이전에는 없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다. 단어 하나하나를 번역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이 뒤따라야 했을까. 

오늘 날의 일본 사람들은 그런 그의 고뇌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후쿠자와 유키치가 하급무사를 지낸 규슈 오이타현 나카쓰에 가면 그를 기리는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최고 고액권인 1만 엔의 주인공이 그인 것도 그가 얼마나 영향력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 2004년 화폐 속 인물을 바꾸는 대대적인 작업이 있었지만 1만 엔짜리 지폐의 얼굴은 그대로다. 그만큼 그가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의미다. 

   
▲ 후키자와 유키치의 초상화가 들어간 일본 1만엔권 지폐 /사진=미디어펜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번영이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알고 이를 기념하는 일본 사람들의 마음이 애틋하면서도 부럽다. 일본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우리도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한 사람이 존재한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를 알아보는 후손들이 많지 않다. 그를 기념하기는커녕, 그나마 있던 몇 안 되는 동상이 철거된 사례만 몇 번이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기억하고, 이를 기리려는 일본인들의 노력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을 재빠르게 인식해 힘을 기르고 서양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일본의 저력이 부럽다. 이것이 국력의 차이고, 그 국력의 차이가 일본을 강대국으로, 조선을 식민지로 전락시킨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숨이 턱 막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딜 가도 조선은 위대했고, 일본은 나빴으며,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아우성만 존재한다. 조선 말기의 모습은 참혹했고, 어쩌다 보니 일본의 식민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독립의 기회가 왔고, 이승만이라는 사람이 비로소 자유 대한민국을 세웠으니, 이 땅에서 대대손손 잘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기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