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가원수모독죄”…알고보니 ‘1988년 삭제된 법’ 지적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내용은 외신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이라며 “그런 소리를 듣지 않도록 대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연설에 담긴 뜻이자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의 요청”이라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연설이 약 20여 분간 파행되는 소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비판했다. 특히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으로 검토해서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저런 의식과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자기들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 세계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우리 국민이 촛불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궤를 같이 했다.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 참 국회가 걱정 된다”며 “이런 식으로 난장판을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단 한국당은 민주당의 반발에 유감을 표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사과에 앞서 국민께 사죄를 드려야 한다”며 “오늘 연설이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임에도 적반하장 ‘사과하라’는 말로 국민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자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것이 바로 독재이자 민주주의 탄압”이라며 “제1야당에 원내대표에게 보인 그릇된 열의의 반의 반만이라도 중국에 보였는지 묻고 싶다. 중국에 대해 그토록 항의했더라면 중국에서 밀려오는 미세먼지조차 놀라 달아났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나아가 “집권여당이 된 지 2년도 되지 않아서 오로지 청와대만 호위하며 제대로 된 여당의 모습을 망각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와 국회의 존재가치를 후퇴시킨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언급한 ‘국가원수모독죄’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국가원수모독죄는 1988년 12월 폐지된 조항이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국가원수모독죄라고 하고, 청와대마저 이에 동조한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단상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 마주선 이는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