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
한국산 제품 가격경쟁력지수 기준치 하회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가운데 세계무역성장률 전망치마저 급락하면서 제품 가격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수출 반등의 상황을 연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9월 올해 세계무역성장률을 3.7%로 전망했으나, 최근 2.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노딜 브렉시트를 비롯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적 요인이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반도체 단가 하락과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세계 주요국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국·미국·독일·일본·네덜란드·한국·프랑스·이탈리아·홍콩·영국 등 수출 상위 10개국 수출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출이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수출 촉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앞서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지난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6.8%였으며, 수출입 비율 모두 2년 전보다 높아졌다.

또한 지난해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제품의 '가성비' 확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분기 한국 제품의 품질경쟁력지수는 55.5로 기준치(50)를 상회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지수는 48.3으로 집계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가격경쟁력이 좀처럼 기준치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임금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이 저임금을 무기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급등을 비롯한 임금 상승 요인이 발생,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코트라 가격경쟁력 지수 추이/자료=코트라


조선업계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 물량을 사실상 '싹쓸이'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기타 선종에서는 중국 조선소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편중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해양플랜트 역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밀리면서 일감 부족 해소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다른 업종도 매한가지라는 입장이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산 스마트폰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수출 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자동차 공장은 해외공장과 국내 공장의 생산량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한화토탈 노조원들이 한시적 총파업을 벌인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민노총 조합원이 100만명을 돌파, 한국산 제품 가격경쟁력 회복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화토탈 근로자들의 평균연봉은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한 수출 활력 제고를 논하지만, 기존 제품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가격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