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감 협조에 의존하는 '5년짜리 포퓰리즘'
연 2조원 막대한 국민혈세 투입 '재원 마련' 셈법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여당은 지난 9일 고교 무상교육의 전면시행을 발표하면서 연간 재원 2조원 조달계획을 밝혔지만, 재원 절반은 일선 교육청이 부담하고 그 계획도 2024년까지만 밝혀 5년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 교육권 보장과 교육비 부담 경감이라는 도입 취지는 나무랄데 없지만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재원 마련 방식에서 복잡한 셈법을 풀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정은 일단 교육청의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충당해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부터 즉각 도입하고, 2021년부터 전면시행하면서 그 재원 계획을 2024년까지만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방교육감들의 협조에 의존하는 '5년짜리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고, 경기 둔화에 따라 세입 여건이 점점 힘들어져 무상교육 확대에 따른 증세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후 재원 마련에 대해 10일 "무상교육을 전면시행하는 2021년 후 학령인구가 감소해 예산이 정체·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실수요를 반영하는 증액교부금이 적합하다"며 "내국세 대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올리면 영구 재원이 되는만큼 일단 5년간 증액교부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당장 고3 무상교육 실시를 위한 3856억원의 예산 전부를 감당해야 하고, 2021년부터는 연간 9466억원(재원 2조원 중 47.5%)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지방교육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정부 47.5%·시도교육청 47.5%·지방자치단체 5%씩 재정을 분담하기로 한 당정 발표안에 대해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교육감)은 "고교 무상교육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니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게 맞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승환 회장은 이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고교 무상교육에 부담해야 하는 예산을 그동안 쓰던 것 어디선가 빼내야 한다"며 예산 부담 및 편성의 한계를 호소했다.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018년 11월1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한겨레신문 주최로 열린 제1회 '2018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에 참석해 축사했다. 사진은 국민의례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유은혜 부총리./자료사진=교육부

그는 "3분의 1이 됐건 절반이 됐건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큼 다른 곳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당정 발표에 대해) 시도교육감 중 어느 누구도 만족스럽다고 말한 분은 없다"며 "교육청에 부담을 주지 말고 전액 정부 부담으로 가야 맞는 것이고 그래야 앞뒤가 논리적으로 맞는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관계자 또한 이번 발표에 대해 "협의회와 별도의 논의 없이 (당정이) 결정한 것"이라며 "제 2의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되지 않도록 국가가 예산 마련을 보장해야 한다.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도 큰 부담이고 다음 선거에서 교육감들이 당선될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재원부담 세부내역과 실시 순서 등을 놓고 정부와 교육청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3부터 먼저 지원하겠다고 나서 야당으로부터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받아가며 1년 앞당겨 시행하는 고교 무상교육이 장기적으로도 재원 마련에 성공해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차원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매년 2조원의 예산 확보를 위해 당장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초중등교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공통분모가 크지만 재원조달이라는 실행계획 각론에서 이견이 있다"며 "예산 책정 우선순위에 있어서 노후 학교시설 개보수나 공기질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