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합병 시 세계 1위 규모 제조사 탄생
글로벌 자동차 업계 이목 집중...세부 합의 도출까지 1년여 소요 예상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합병을 제안했다. FCA가 제시한 합병의 형태는 네덜란드 지주회사를 통해 두 회사가 각각 50대50의 지분을 갖는 방식이다.

FCA와 르노의 합병이 성사되면 업계의 새로운 공룡기업이 등장하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이 합병을 결정해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와 시너지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피아트, 르노·닛산·미쓰비씨 로고 / 사진=미디어펜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FCA와 르노의 수뇌부가 만나 합병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명확하게 도출된 내용은 없다. 합병에 관련된 세부 사항이 합의 후 공개되기까지는 1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피아트 창업주의 후계자인 존 엘칸 피아트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장 도미니크 르노 회장이 최고경영자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가 동맹(alliance)을 맺고 있는 닛산과 미쓰비시가 함께 합병에 나선다면, FCA·르노는 세계 1위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가 된다. 지난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1076만대를 판매해 세계 2위를 기록했으며, FCA는 484만대를 판매해 세계 7위를 기록한 바 있다.

FCA가 르노와의 합병을 통해 얻고자 하는 ‘실리(實利)’는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개발 비용 절감이다. 합병으로 절감되는 비용은 연간 약 6조6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부품 공유, 엔진 개발 비용 절감 및 플랫폼 공유 등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 르노 조에 전기차 / 사진=르노


특히 향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FCA가 적극적으로 합병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CA는 전기차 관련 개발이 늦어진 상태로 개발 완성 단계에 있는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흡수해 비용을 절감하고 빠르게 차량의 전동화를 이루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또한 각자가 소유한 브랜드의 특성과 장점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FCA는 취약한 매연 저감기술로 골머리를 앓아 왔는데, 르노는 해당 부문의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공유가 유력시되고 있다.

   
▲ 램 1500 / 사진=램


또 르노는 FCA 산하의 지프, 램 브랜드를 활용해 SUV 및 픽업트럭 시장에 관한 R&D 개발 및 유럽 시장 점유율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르노의 최대주주는 프랑스 정부(르노 지분 15% 보유)로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CA와 르노의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기아차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기술력과 전기차 제작 노하우 등 한 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FCA가 단숨에 다양한 기술력을 흡수하고, 현대·기아차의 주요 수출지역인 북미에 FCA를 등에 업은 르노의 본격적인 진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르노의 영향력을 통해 FCA가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두 기업의 합병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FCA와 르노의 합병은 서로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거대해진 기업을 이끌어 갈 명확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FCA와 르노 두 기업이 독자 합병 시 세계 3위 규모, FCA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모두 연합하면 세계 1위 규모의 거대한 자동차 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세계 1위 규모라도 다수의 회사를 하나로 합쳐 만든 연합 동맹의 개념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명확한 방향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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