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세분화 잘 돼야 표적시장 선정과 포지셔닝 전략도 힘 받아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비슷한 특성을 지닌 문화예술 소비자를 다른 성향을 띠는 집단과 나눠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하는 과정이 시장 세분화의 매력이다. 사람을 분류하는 문제라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나누는 기본 원칙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슷한 특성을 지닌 문화예술 소비자들끼리 묶어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시장 세분화의 전제 조건이다. 경쟁 우위가 높은 세분시장을 목표하는 시장으로 선택하려면 반드시 집단을 분리하는 사전 단계가 필요하다.

같은 집단에 속하는 소비자끼리는 동질성을 띠어야 하고 다른 집단에 속하는 소비자들과는 이질성을 띠어야 시장을 나누는 효과가 나타난다. 각각의 세분시장에서는 동질적인 소비자들을 두루 포괄해야 하고, 서로 다른 세분시장에서는 집단별로 상호배타적인 이질성을 띠도록 구성하는 것이 시장 세분화의 이상적인 면모이다.

따라서 어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경쟁자가 지향하는 목표 시장과 다른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차별적인 소비자 욕구를 시장 시분화의 기준으로 반영하면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방문이 예상되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시장 세분화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인구통계적 특성에 따른 세분화, 문화예술 경험에 따른 세분화, 교육적 관심에 따른 세분화, 기대 수준에 따른 세분화, 준비 상태에 따른 세분화, 관람 빈도에 따른 세분화, 전시 참여 방식에 따른 세분화 같은 여러 기준에 따라 관람객을 나눌 수 있다.

인구통계적 특성 중에서 성별에 따라 시장을 나눈다고 할 경우, 여성이나 남성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에 있어서 여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단체 관람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남성도 포함시키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경험에 따라 나눈다고 할 경우 일반적인 상품의 시장을 나눌 때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 소비자의 특성에 알맞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이 많아 작품 지식이 해박한 관람객에게는 전시하는 내용이나 작품에 대해 더욱 상세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문화예술 시장 세분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가 어떤 공연이나 전시를 한 다음 수익을 창출하는데 있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은 보통 개인적 특성이 다르고 문화예술의 소비 행동도 제각각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욕구가 각각 다른 문화예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작품을 선정해서 각각에 알맞게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수익도 창출하지 못하고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소비자의 개인적 욕구를 무시하고 전체 시장을 동질적인 시장으로 간주하는 것도 문제다. 표준화된 한 가지 마케팅 전략으로 공략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세분화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희곡대전 <불후의 명작> 공연은 문화예술 시장 세분화를 통해 관객들의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킨 동시에 수익 창출에도 성공한 사례이다. 이 공연은 서울 대학로의 극단들이 뭉쳐 한국 대표 극작가들을 기념하는 연극 축제의 성격으로 기획되었다.

이 공연은 소비자들이 연령대에 알맞게 공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오태석(70대), 이윤택(60대), 김명화(50대), 최치언(40대), 김은성(30대), 김세한(20대) 작가가 작품을 무료로 기증함으로써 빛을 보게 되었다. 여러 공연을 연령에 따라 골라서 관람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배려한 공연 일정이 인상적이다. 문화예술 마케팅 기획자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묶어 시장을 세분화한 다음, 장소와 시간에 알맞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했다.

   
▲ 희곡대전 ‘불후의 명작’ 공연 일정 (2016).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시장 세분화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문화예술 소비자 개개인의 욕구나 기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하더라도 문화예술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에 맞춰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문화예술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보다 어떤 기준에 따라 문화예술 시장을 나누고 쪼개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시장을 세분화하고 나서는 주어진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표적시장을 선정하고, 선정된 표적시장에 알맞게 포지셔닝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시장 세분화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시장 세분화가 잘 되어야 표적시장 선정과 포지셔닝 전략도 힘을 받게 된다. 바로 이점이 시장 세분화의 진정한 의의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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