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방자차단체 제공 서비스, 민간 서비스 대비 편의성 떨어져
민간 사업에 숟가락 얹는 정부…"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 제기
김승욱 중앙대 교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삼성페이·카카오T VS. 제로페이·S택시·Gbro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위 두 집단의 차이는 굉장히 명확하다. 전자의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들어봤고 호평을 한 반면, 후자는 반대로 생소하거나 이용률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 개발 주체가 전자는 민간 기업이며, 후자는 정부와 서울시 등 공공부문이라는 점도 눈 여겨볼만한 차이점이다.

이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며, 왜 극과 극의 결과를 보이는지에 대해 미디어펜이 분석해봤다.

   
▲ 삼성페이와 제로페이/사진=삼성전자·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사업단


◇이재용의 삼성페이와 문재인의 제로페이, 성과는?

휴대폰에 신용카드를 넣어다닌다는 개념인 삼성페이는 론칭 44개월차로, 누계 결제금액 40조원, 가입자 수 1400만명을 자랑한다. 온·오프라인 페이 결제액 중 81.6%을 차지해 삼성페이가 국내 핀테크 시장을 석권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를 매개체로 가입자를 급속히 늘릴 수 있었고, 마그네틱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모두 지원해 지문이나 홍채인식을 통해 대부분 카드단말기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제로페이는 문재인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등의 부작용을 상쇄하겠다며 도입한 관제 모바일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15일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12월 20일 첫 선을 보여 6개월 남짓 된 제로페이의 누계 이용실적은 지난 10일 기준 누계 결제 건수와 액수가 각각 59만건, 100억3370만원이다. 산술적으로 5171만 국민 중 1.1%만 이용해본 셈이며, 1인당 결제액은 평균 1만7006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결제 건수 기준이고, 중기부가 비공개 처리해 실제 이용자 수는 알 수 없다. 처참한 이용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으로는 직접 QR코드를 찍어 결제하고자 하는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눌러야 하는 등 불편한 사용 방법이 꼽힌다. 이용자 편의성이 우선시되는 모바일 핀테크 시장에서 관 주도인 제로페이의 직불결제시스템이 민간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건 필연적인 결과라는 비평이 나온다.

   
▲ 카카오T·Gbro·S택시/사진=카카오모빌리티·서울특별시


모빌리티 스타트업 카카오T와 서울시의 Gbro·S택시는?

다음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4월 카카오택시를 출시했고, 2017년 10월 카카오T로 리브랜딩했다. 카카오T는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로 평가된다.

우선 승객 입장에선 콜비가 없고, 기존 콜택시와는 달리 빠른 배차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승차 전에 택시 기사의 간략한 신상정보를 알려주고 안심 메시지 전송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등 택시를 보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택시 업계에서도 호응을 이끌어 냈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승차지와 하차지가 표기되기 때문에 실랑이가 상대적으로 적어 선호한다고 한다. 현재 콜택시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비해 서울시가 20억원을 들여 2017년 12월 선보인 Gbro(지브로)는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 외면했다. 당시 택시 기사들은 앱 가입을 꺼리거나 승객 호출에도 응답하지 않는 등 참여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가 단말기 3만대를 선 보급하고 7만대를 추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기사와 승객을 합쳐 가입자가 10만명에도 못 미쳤고, 실제 이용자 수는 이보다 한참 적었다. 이후 Gbro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Gbro가 명백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달 초 후속 사업으로 'S택시'를 내놨다. S택시에는 강제배차 시스템을 통해 승차거부를 근절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담겼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업계에선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 일었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본 택시기사도 "S택시 단말기와 전용 내비게이션 속도가 느려서 답답하다"며 "기사들 입장에서도 골라받을 수 있는 콜이 훨씬 낫다"고 토로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UI(유저 인터페이스)가 부실해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이용자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정확한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근처 건물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편함 때문에 S택시 역시 Gbro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다.

◇민간 기업과 관제 스타트업의 성패가 갈리는 이유

앞서 소개한 삼성페이와 제로페이, Gbro·S택시와 카카오T는 서로 유형이 비슷하지만 차이점은 개발 및 서비스 주체가 각각 민간과 정부·지자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이 성공과 실패가 발생한 진짜 이유는 민간의 기업가들은 절박함을 갖고 사업에 임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민간 기업들이 짜낸 아이디어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고약한 심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진=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세상만사 자기 책임의 원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책임감 없는 사람이 의사결정권을 가지면 안 된다"며 "민간 기업들은 사업 실패 시 회사가 도산하는 등 금전적 책임을 확실히 지는 반면, 정부나 지자체는 세수가 있는 한 무제한으로 '마이너스의 손'을 움직이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승욱 교수는 "공부 많이 한다고 잘 하는 게 아니다. 정부 당국자들도 관제 스타트업의 성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겠지만 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철학도 없기 때문에 민간 사업을 흉내 내기에 불과한 관(官) 주도 사업이 줄줄이 망하는 것"이라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듯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영화관에 갔더니 50대로 보이는 배 나온 공무원이 "시장님, 제로페이를 성급하게 운영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 해결됐습니다"며 공손히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이는 내용 따위의 공익광고가 나왔는데 기가 찼다"고 불쾌감을 표시하며 "애초에 게임이 되질 않는 시장에 혈세를 퍼부은 박원순 시장은 실정의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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