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쌍용차 등 일본 부품 의존도 높아
경제 보복 장기화…자동차 수출 절벽 '직면'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일본 경제 보복이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업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자동차 업계 전반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일본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 가능성에 따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국내 자동차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대 모비스, 만도 등을 통해 상당수의 부품이 ‘국산화’되어 이번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차량의 핵심부품인 변속기 관련해 일본의 ‘아이신’, ‘자트코’로부터 완성품을 납품받아 차량에 장착하는 실정이라, 현 부품소재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 물량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임단협 등 최근 내부 문제를 진정시키고, 공장 가동 등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본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일본산 핵심 부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규제가 장기화될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기술력을 갖춘 부품사를 육성하고 일본 부품을 대체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대 모비스와 만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사의 기술력은 아직 일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미래차 전략의 핵심이 되는 전기차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서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셀에 필요한 전해질, 양극재 등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서 사용 중인데, 이번 규제로 인해 향후 생산 물량 차질이 염려되고 있다.

   
▲ 르노삼성 QM6 / 사진=르노삼성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 영향을 미쳐 '대외적인 기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6년째 감소 되고있는 현 상황에서 ‘결정타’를 맞아 수출 절벽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전망한 가운데, 향후 일본 경제 보복으로 자동차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쌍용차·르노삼성 관계자는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최소 3개월 치 이상의 일본산 부품을 확보하고 있어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며 “현 상황과 관련해 회사 차원의 대비는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경제 보복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자동차 업계는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은 특별한 대처 없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규모가 있는 기업들이야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2~3차 협력사 및 부품 공장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기에,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 상황을 아베 일본 총리의 정치쇼로 치부하고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도 각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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