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적으로 1위일 수 있으나, 질적으로도 1위일까...글로벌 체인들 합종연횡 속 어떤 포지션으로 공략할지, 제대로 운영되는 사업장 있기는 한지
   
▲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사진=호텔롯데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국내에만 19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러시아, 일본, 베트남,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호텔'.

국내 호텔 중 1위는 어디인가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답변이 '롯데호텔'일 것입니다. 실제도 맞는 말입니다. 롯데호텔은 럭셔리호텔인 '시그니엘'에서부터 비즈니스호텔인 '시티호텔', 부티크호텔인 'L7' 등 다양한 연령과 취향에 맞는 호텔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국내 호텔 기업 중 가장 공격적입니다. 롯데호텔은 미국과 러시아, 일본, 베트남 등 6개 국가에 12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3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중 2023년까지 베트남에 10개 호텔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며 베트남 하노이에 'L7'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롯데호텔, 양적으로는 국내 1위...질적으로는 1위 맞을까?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이자 정량적인 1위입니다. 호텔 사업은 숫자로 말하기 힘든 취향과 감성, 만족도 등 정성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주변에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은 1위 호텔은 어디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롯데호텔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신라호텔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또 해외에서 중요한 손님이 와서 한식당을 찾고 있는데 미셸린 3스타 레스토랑인 신라호텔 '라연'을 선호할까요, 미쉐린 별을 받지 못한 롯데호텔의 '무궁화'를 선택할까요.

롯데호텔 측은 시그니엘서울의 '비채나'와 스테이'가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고 하겠지만, 비채나의 경우 임대 업장이며, 스테이 역시 미쉐린 3스타 셰프인 야닉 알레노를 영입한 덕이지 롯데호텔의 역량으로 가능했던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롯데호텔서울의 피에르 가니에르서울도 2017년 단 한 번 미셸린 2스타를 받았지만, 그 이후 별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피에르 가니에르와 야닉 알레노와 같은 미쉐린 3스타 셰프를 어렵게 영입해 미쉐린 2스타와 미쉐린 1스타 밖에 받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만약 신라호텔서 이런 유명한 셰프를 영입했는데 과연 3스타를 받지 못했을까요.

뷔페 레스토랑(라세느), 일식당(모모야마), 중식당(도림), 베리커리(델리카한스) 등 롯데호텔의 식음업장이 신라호텔의 더파크뷰, 아리아케, 팔선, 패스트리부티크보다 더 맛있고 고급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온리원'을 추구하는 신라호텔 아케이드에서 돈을 쓰는 고객이 많을까요. 롯데호텔서울 아케이드에서 돈을 쓰는 고객이 많을까요. 고객 한 명당 호텔서 돈을 쓰는 비중이 신라호텔이 많을까요, 롯데호텔이 많을까요.

롯데호텔 측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반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기회가 된다면 정말 설문조사라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호텔업, 특히 럭셔리급은 명품 브랜드를 관리하듯 치밀하고 정밀해야 할 것입니다. 조명이나 음악, 벽에 걸린 그림, 심지어 메모지와 볼펜까지 허투루 놔두는 게 없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감동과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롯데호텔 사업장 중 이런 곳이 있기는 한가요. 

   
▲ 롯데호텔이 자칭 럭셔리호텔로 포지션한 시그니엘서울의 로얄 스위트./사진=호텔롯데

롯데호텔, 미쉐린 3스타 셰프 영입해 미쉐린 1, 2스타 그쳐...신라호텔보다 나은게 뭔지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다양한 부대시설이 없어 호텔의 역량을 평가할 때 적절한 곳은 아닙니다. 호텔의 역량은 특급호텔 혹은 럭셔리호텔에서 빛을 발합니다. 호텔에 들어설 때 로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 음악, 플라워, 샹들리에서부터 직원들의 섬세한 서비스, 식음업장의 음식과 술, 편안한 침구 등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롯데호텔이 얼마나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량적인 면에서는 1위일 수 있겠으나 정성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습니다.

서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매물로 나온다면 어디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는 롯데호텔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현 롯데호텔의 김정환 대표이사는 서울신라호텔 총지배인 출신입니다. 여경옥 롯데호텔 중식(도림) 총괄 임원(상무보)도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몇십 년간 근무했습니다. 신라호텔 임직원들이 롯데호텔로 넘어가는 경우는 봤지만, 롯데호텔 임직원들이 신라호텔의 총지배인이나 임원으로 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롯데호텔이 과연 국내 1위 호텔이라면 굳이 수많은 임직원의 인프라를 놔두고 외부에서 영입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롯데호텔이 숫자는 1위일 수 있으나 과연 제대로 운영하는 호텔은 얼마나 되나요. 흑자를 내는 호텔 사업장은 과연 있기는 한가요. 롯데호텔 측은 사업장별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롯데호텔 측은 롯데뉴욕팰리스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상징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롯데뉴욕팰리스는 롯데가 인수하기 전부터 역사가 오래됐고 영업이 잘되는 곳이었습니다. 또 그 근처에 있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이 현재 리뉴얼 공사를 하고 있어 수혜를 입은 측면도 큽니다. 롯데호텔과 롯데뉴욕팰리스는 아직 예약시스템도 통합하지 못하고 여전히 롯데뉴욕팰리스는 독자 경영을 하다시피하고 있습니다. 롯데 브랜드를 단 이후에 영업이 더 좋아졌다거나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는 지난해 765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8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에도 7277억원의 매출에 894억원의 영업손실, 2016년에도 7325억원의 매출에 349억원의 영업손실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에도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올해에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시그니엘서울'의 레스토랑 '스테이'. 미쉐린 3스타 셰프인 야닉 알레노를 영입했지만, 미쉐린 1스타를 받은데 그쳤다. /사진=롯데물산
3년 연속 적자행진...흑자내는 사업장 찾기 어려워 

호텔업이라는 건 서비스업이고, 그 지역의 서비스 수준을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호텔이 국내에 수많은 호텔을 지으면서 어느 정도의 서비스 질적 개선을 가져왔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자본의 힘으로 시그니엘이라는 자칭 럭셔리급 호텔을 오픈했고 포시즌스호텔을 겨냥해 롯데호텔에 이그제큐티브타워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롯데호텔은 아직도 여전히 "호텔은 부동산업"이라는 생각으로 호텔업을 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호텔 시장을 보면 호텔이 부동산업이라는 말도 이미 지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플랫폼으로 많이 넘어갔습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사업자가 호텔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고, 트립닷컴과 스카이스캐너 등 호텔 및 여행 관련 플랫폼 사업자의 파워가 막강해졌습니다. 

과연 롯데호텔은 플랫폼 사업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투자하고 있다면 왜 애플리케이션과 예약시스템은 그 모양인가요.

글로벌 호텔들 '합종연횡' 속 롯데호텔 어떤 포지션으로 해외시장 개척할지 

전 세계 호텔 체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스타우드와 메리어트가 합병해 강력한 글로벌 1위 호텔 체인이 되었고 IHG는 리젠트 호텔과 식스센스 리조트를 인수하며 럭셔리 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하얏트는 부족한 프로퍼티를 만회하기 위해 스몰 럭셔리 호텔스 오브 더 월드(SHL)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아코르는 반얀트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뭉치지 않고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 롯데호텔은 과연 어떤 포지션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포시즌스나 샹그릴라처럼 럭셔리도 아닌, 토요코인처럼 가성비를 내세운 비즈니스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세계에 나서려는 것일까요.

롯데호텔이 국내 호텔이다 보니 해외에 나가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숫자적으로도 글로벌 체인들을 이기기 힘들고 럭셔리한 섬세함과 디테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호텔 한 개를 운영하더라도 제대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롯데 특성상 그러지도 못할 거 같습니다. 롯데호텔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