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다른 '진로이즈백' 빈 병, 롯데주류 등 경쟁사로 넘어가..."수거 안할 이유 없어"vs"취급 수수료 지급해야"
   
▲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뉴트로 컨셉으로 출시한 '진로이즈백'./사진=하이트진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국내 소주 시장 1, 2위를 다투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빈 소주병 수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이슈는 양사의 기 싸움을 넘어 환경오염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참이슬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주류 등 소주 업체들은 지난 2009년 공병 재사용을 위해 같은 모양의 소주병을 사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대부분의 소주 회사들이 같은 모양의 녹색병을 사용하는 이유가 '재사용' 때문이었다. 빈 병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타사의 제품을 수거하더라도 라벨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다른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의 제품의 빈용기가 회수된 경우에는 이를 사용하거나 파쇄하지 말고 해당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에게 돌려줄 것"으로 되어 있다. 단 처벌 조항은 없다. 

그러나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진로이즈백'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이 소주병은 기존 소주병과는 달리, 투명한 색을 적용했다. 병 모양도 조금씩 달랐다. 특히 이 '진로이즈백'은 뉴트로 컨셉에 맞춰 소주 시장에서 큰 히트까지 쳤다.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 넘게 판매됐고 출시 2개월 만에 연간 판매량 목표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 '진로이즈백'의 빈 병이 하이트진로가 아닌 롯데주류 등 타사 공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롯데주류 공장에만 약 200만 병의 진로이즈백 빈 병이 쌓여있다. 이 병을 받은 롯데주류 측은 재사용도 하지 못하고 마냥 쌓아두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빈 병을 재사용하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에 일부러 수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새로운 병을 만드는 게 빈 병 재사용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일부러 수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경쟁사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 빈 병을 주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이트진로 측은 롯데주류에서 생산하는 청하의 빈 병도 10년 동안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롯데주류 측은 이형(異形) 병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 물류비 등 공병교환 취급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주류가 판매하는 청하도 소주가 아니고 청주여서 타사에서 가져올 때 소주나 맥주병보다 높은 공병교환 취급 수수료를 경쟁사에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지속해서 이형 병이 증가하고 있어 당사의 원활한 생산 활동 자체에 문제가 되는 만큼,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공병을 수거해갈 것을 요청했다"라며 "하지만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아 정상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소주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참이슬의 이러한 이형 병 제품 생산은 근본적으로 공병을 사용하도록 한 '빈용기보증금제도'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는 롯데주류뿐 아니라 다른 지방 소형 소주사들도 같은 상황"이라며 "당사의 순하리, 대장부21 등도 이러한 자율협약에 따라 모두 같은 소주병을 사용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주류 측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에 질의를 넣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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