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장 폐쇄…외부인 끌어들여 학문 영역 정쟁화 돼"
"학문의 자유 위태로운 것 아닌지 의심스러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몰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학부생이 “외부의 권력기관과 다수의 힘에 기대 소수의 담론을 설파하는 학자를 보복하는데 앞장서는 짓은 비겁하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사회학과 학부생’이라고 밝힌 그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학부생은 “대학이라는 환경 덕분에 학생들은 수업에서 교수가 던지는 여러 의제를 자유롭게 비판하고 검증하며 토론한다”며 “하지만 누군가 이 약속을 저버리고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학문의 영역을 정쟁화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정치권의 외압으로 인해 오늘 열렸어야 할 토론의 장도 폐쇄됐다”며 “놀랍게도 소수자 보호를 외치던 단체들은 정작 학내 소수 담론에 대한 묵살은 묵인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대학이라면 다수설과 반대되는 학문적 견해도 인신공격성 말살로부터 지키는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냐”면서 “오늘 이곳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교훈이 무색하게 진리탐구를 위한 토론도 없고 이제는 학문의 자유마저 위태로운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류 교수는 지난 19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일제시대 때의 한반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일본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식민지 경험을 했다”며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로 믿고 일본을 미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학생이 “위안부에 끌려간 여성들은 자발적을 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도 매춘산업이 있다”며 “옛날(일제시대)에도 그랬다”고 답했다. 

이후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은 이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류 교수의 수업 내용을 녹취했고, 일부 자극적인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류 교수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진=미디어펜


<연세대학교는 대학인가 학원인가?>

오늘은 사회학과의 토론 중심 전공 수업 <발전사회학>이 열리는 날이다. 오늘 8교시부터 교수와 학생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질 예정이다. <발전사회학> 담당 교수는 널리 알려진 것과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이기에 수강생들은 그의 주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살펴본다. 대학 밖에서 쉬이 토론하기 어려운 '근현대사'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들어보고 논할 수 있는 이 수업은 소중하다. 이처럼 다양성이 보장되는 대학이라는 환경 덕분에 학생들은 수업에서 교수가 던지는 여러 의제를 자유롭게 비판하고 검증하며 토론한다.

하지만 누군가 이 약속을 저버리고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학문의 영역을 정쟁화시켜버렸다. 언론과 정치권의 외압으로 인해 오늘 열렸어야 할 토론의 장도 폐쇄되었다. 놀랍게도 소수자 보호를 외치던 단체들은 정작 학내 소수 담론에 대한 묵살은 묵인한다. 적어도 대학이라면 다수설과 반대되는 학문적 견해도 인신공격성 말살로부터 지키는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오늘 이곳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교훈이 무색하게 진리탐구를 위한 토론도 없고 이제는 학문의 자유마저 위태로운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학원은 다수에 의해 만들어진 주류 학설만을 가르친다. 토론, 소신, 가치관을 위한 자리는 없고 오직 '정답'과 '오답'만 있다. 하지만 다수가 동의하는 정답은 누구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학원은 태뉴어가 없다. 대학은 아무리 논란이 되는 주제도 학술적 이성으로 접근하고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주장이 불쾌하고 부당하다면 대학이라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더 강력한 논거로 맞서는 것이 옳다.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저버린 채 외부의 권력기관과 다수의 힘에 기대 소수의 담론을 설파하는 학자를 보복하는데 앞장서는 짓은 비겁하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대학생의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학원 수강생과 다를 바 없는 고등학교 4~7학년인지 결정해야 한다.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사회학과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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