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오너 자주 나타나며 긴장감 있는 호텔 만들 수 있지만, 고객 서비스 소홀해 질 수 있다는 단점도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요즘 아파트나 고급 오피스텔 광고를 보면 '호텔식 서비스'라는 표현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호텔식 서비스'는 어떤 걸 말할까요. '호캉스'를 할 때처럼 세탁과 청소도 안 해도 되고 음식도 룸에서 시켜 먹던가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일 겁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깔끔한 침구와 욕실이 준비되어 있고 어메니티도 항상 새것으로 교체돼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지내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사진=SDJ코퍼레이션


하지만 이런 삶은 사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입니다. 시공사에서 '호텔식 서비스'라고 표현한 게 어느 정도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제대로 된 호텔식 서비스를 받는다면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래퍼 도끼라는 사람이 130평 호텔에서 한 달 숙박비로 2억원이 나간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던데, 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나 봅니다. 하루 투숙료가 600만원이 넘는다면 가능한 금액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상가 기준이며, 장기 투숙객들에게는 할인 적용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계 오너 중에서 호텔에서 지내는 분들은 누가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분이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입니다. 

그는 아주 오랜 기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자신의 집무실이자 숙소로 사용해왔습니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된 이후에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에서도 잠시 지냈으나, 다시 롯데호텔 34층으로 돌아갔습니다. 

신 명예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호텔식 서비스'를 전형적으로 받는 재계 오너로 알려져 있습니다. 객실 내에서 거의 모든 숙식을 해결하고 그를 위한 비서진과 호텔 직원들이 상주합니다. 침구도 매일 교체되며 어메니티도 매일 새것으로 교체될 것입니다. 식사도 롯데호텔 셰프가 만든 걸 먹을 것입니다. 

신 명예회장이 365일 이런 '호텔식 서비스'를 누리며 호텔롯데 측에 얼마의 돈을 지급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사진=SK네트웍스

또 재계에는 신 명예회장 이외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워커힐호텔 내의 한 단독 빌라(레지던스)에서 장기 투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호텔에서 지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도 호텔 내에서 그를 본 경우가 여러 번 있습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호텔서 장기 투숙중

수행원들과 함께 호텔 로비에 나타나 직원들에게 빵을 주고 가는 경우도 봤고, 호텔 행사를 할 때 이런저런 지적을 하고 가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워커힐호텔은 SK네트웍스의 호텔 사업부입니다. SK네트웍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회장님이 항상 지내는 곳이다 보니 회사 측에서 매우 신경 쓰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회장 역시 호텔 측에다 일정의 숙박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텔을 소유한 오너들 중에는 호텔에서 지내는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호텔에서 지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호텔을 '자기의 놀이터'처럼 생각해, 자주 드나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파크하얏트서울에서 주말에 식사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파크하얏트서울은 HDC 계열사인 호텔HDC 소유입니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도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우나에서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GS그룹 계열의 GS리테일의 파르나스호텔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입니다. 

호텔 오너가 호텔 살거나 자주 드나들면 어떤 영향 미칠까

그렇다면 호텔 소유 오너들이 호텔에서 지내거나 자주 드나드는 것이 호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직원들이 긴장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장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항상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신라호텔이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 5 스타를 받는 등 국내 최고 호텔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는 오너의 남다른 감각과 테이스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너의 수준 높은 안목과 미식 등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도 끊임없이 노력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반면 단점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호텔에 오너가 자주 드나들고 심지어 숙박까지 한다면, 고객들에게 집중해야 할 직원들이 고객보다 오너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VIP에 신경을 쓰다 보면 일반 고객 서비스는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신라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호텔이 제대로 돌아갈까요. 일반인과 취재진의 관심이 항상 호텔에 쏠릴 테고, 호텔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 고객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호텔에 자주 드나드는 오너 입장에서는 자신의 호텔인데 뭐가 문제 될 것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반 고객에게는 피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호텔을 소유한 오너는 자신으로 인해 호텔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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