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보수진영 대규모 '조국 규탄' 집회
시민들 "문재인 하야" "조국 구속" 구호
'광화문 광장~시청역' 1.2km 구간 운집
가족 단위·2030 직장인 집회 참석자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한글날인 9일 광화문 광장 일대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운동본부’(투쟁본부) 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집회 현장은 ‘문재인 하야 조국 구속’, ‘공수처는 독재기구’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든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집회 참석자 중에는 가족·직장 단위로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 9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운동본부' 주관으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고 밝혔다./미디어펜

◇‘광화문 광장~시청역’ 꽉 찼다

이날 집회는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에 이어 열린 대규모 도심 집회다. 오전부터 모여든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 시청역 앞까지 1.2km 구간을 꽉 채웠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경희궁 쪽으로는 지방에서 올라온 참석자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가 줄지어 섰다. 다만 주최 측이 300만 명 이상 참석했다고 밝힌 앞선 집회와 비교하면 세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시를 기준으로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투쟁본부 총괄 대표를 맡은 전광훈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회장과 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세종문화회관 주변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문재인 정권을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이 전 장관이 “문재인 하야”, ”조국 감옥” 등 구호를 유도할 땐 참석자들도 한목소리로 구호를 따라 외쳤다. 전 회장이 “수고하는 경찰들에게 박수”라고 하자 시민들이 박수로 호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터라 무대에 올라 공개적으로 연설하지는 않았다. 시민들 사이에 앉아 묵묵히 집회를 지켜보기만 했다. 나 원내대표는 집회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한민국 국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며 “국민의 뜻이 오늘 청와대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참석 배경을 밝혔다.

무대에 오른 정치인도 있었다. 심재철·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는 다소 모순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대학생으로서 시위를 벌였던 심 의원 다음 연사로 ‘하나회’ 출신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이 나오면서다. 심 의원은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조국을 사퇴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조국은 사퇴하라’ 구호도 유도했다.

이날 새벽 웅동학원 관련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거론됐다. 김 의원은 “조국 동생 풀어주는 것을 보셨나. 사회주의자들은 법도, 양심도, 논리도, 팩트도 없이 가는 것”이라며 “여러분들 화나서 나오시지 않았나. 이런 사람들과 싸울 때는 그냥 말로 해서는 안 된다. 힘을 모아서 확실히 싸워야 사회주의 정권을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9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운동본부' 주관으로 열린 집회 참석자들이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미디어펜


◇‘2030·가족 단위’ 참석자도

집회에는 주로 노년층 참석자들이 많았지만, 20대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젊은 연령층 참석자도 간간이 보였다. 가족 단위로, 혹은 같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함께 나온 경우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경기 일산에서 참석한 김현우(남성·44세) 씨는 “원래 정치색이 뚜렷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좌우를 떠나서 조 장관의 일련의 일들이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아 나오게 됐다”며 “(조 장관 관련 비리를) 일반적인 서민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경북 구미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왔다는 박모(여성·32세)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 아니겠나”라며 “개혁 대상은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유통업을 한다고 밝힌 김모(남성·35세) 씨는 “조국보다 조국을 임명한 좌파정권이 문제”라며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데, 정치 문제까지 겹치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집회에는 서울대 대학생들도 참석했다.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원회는 정오부터 청계광장 주변에서 선착순 1000명에게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인권법 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나눠줬다. 조 장관 딸의 허위 인턴 증명서 논란을 풍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