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LG 신예 마무리투수 고우석(21)이 잃었던 미소를 되찾았다.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이번엔 마무리에 성공하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고우석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LG가 4-2로 앞서고 있던 9회초 등판했다. 올 시즌 팀 마무리를 맡아 35세이브나 올린 고우석이 당연히 등판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우석의 이날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구위 저하와 과도한 부담 등으로 부진한 피칭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고우석의 '위태로운 9회'는 지난 3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시작이었다. 3-1로 LG가 앞선 가운데 9회 등판했던 고우석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피칭 내용은 불안했다. 안타 2개와 1볼넷으로 1사 만루의 동점 또는 역전 위기를 맞았다. 결정타를 맞지 않아 힘겹게나마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6일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악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0-0으로 맞선 9회 등판해 박병호를 맞아 던진 초구가 끝내기 홈런으로 이어졌다. 다음날인 7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4-3으로 앞선 9회 등판해 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하고 동점을 허용한 후 강판했다. 고우석이 마무리에 실패한 이 경기에서 LG는 연장 10회 다시 끝내기 점수를 내주며 4-5로 졌다.

믿었던 고우석이 패전투수와 블론세이브를 잇따라 기록하면서 LG는 1, 2차전을 모두 패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이런 고우석을, 1패만 더 하면 탈락하는 LG가 9회 마무리 상황에서 또 기용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 사진=LG 트윈스


하지만 류중일 LG 감독의 팀 마무리투수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이날 경기 전 류 감독은 "고우석은 여전히 우리 팀 최고의 마무리다. 세이브 상황에는 믿고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나믿고믿(나는 믿는다 고우석 믿는다)'을 그대로 실천했다. 4-2로 앞선 가운데 9회가 되자 어김없이 고우석을 등판시켰다.

쉬운 마무리는 아니었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김하성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송성문을 몸에 맞는 공으로 또 내보냈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LG 팬들은 1, 2차전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었다.

고우석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마운드 위에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피칭을 이어갔다. 대타 박동원이 친 잘 맞은 공이 전진 수비하던 중견수 이천웅에게 걸려들며 투아웃이 되자 한숨 돌렸다. 이어 김혜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LG의 승리를 지켜낸 세이브 성공이었다.

고우석은 어느 때보다 기뻐하면서 포수 유강남과 진하게 포응을 나눴다.

경기 후 고우석은 "이겨서 정말 기분 좋다. 2연패에 내 지분이 컸는데 4차전에 갈 수 있어 기쁘다"고 하면서 "(연속 부진한 피칭에도) 감독님께서 얘기를 좋게 해주셨다. 나라면(내가 감독이라면) 오늘 나를 안 냈을 텐데 믿고 등판시켜주셔서 불안함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고 류중일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이 1사 2, 3루에서 동점타를 맞았으면 조금 힘들었을텐데 잘 막아서 다행이다"라며 격려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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