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주차 공간에 투숙객에 주차비 무료, 패밀리룸도 20% 확보, 시설면에서 특급호텔 못지 않아
   
▲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 외부./사진=파르나스호텔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오랜만에 아주 '잘 만든(웰 메이드) 호텔'을 발견 했습니다. 바로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이하 나인트리 인사동)입니다. 이 호텔은 서울 삼성동에서 2개의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는 파르나스호텔이 직접 브랜드를 론칭해 매니지먼트하고 있습니다. 파르나스호텔은 GS리테일의 계열사이며 2012년에 비즈니스호텔 급인 나인트리 브랜드를 론칭해 서울 명동에 2개의 나인트리 호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사동까지 포함해 3개의 나인트리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대문과 판교에도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비즈니스호텔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강한가요? 효율성을 중시하고 값싼 건자재 및 비품 등을 사용하고 인테리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룸 크기도 작고 직원들의 친절도도 높지 않을 뿐더러 유료인 게 많습니다. 주차비 유료에 사우나 시설도 없거나 유료, 클럽 라운지와 수영장은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비즈니스호텔입니다. 호텔의 부대시설을 최소화하고 객실 위주로 영업을 해서 버짓(Budget) 호텔, 커머셜 호텔이라고도 부릅니다. 업계에서는 속어로 '방팔이 호텔'이라고도 합니다.

항공사에서 비즈니스는 대단히 고가에 판매되는 좌석인데, 호텔에서 비즈니스는 중저가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런 비즈니스호텔 이미지 및 환경 속에 나인트리 인사동은 비즈니스호텔의 경계를 허문, 아주 제대로 만든 호텔이 아닌가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호텔은 시설뿐 아니라 시스템과 서비스 등도 중요한 평가 요소여서 좋은 호텔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 4명이 함께 잘 수 있는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 쿼드룸./사진=미디어펜

그러나 호텔 시설만 보더라도 호텔 측에서 얼마나 투자를 했고 고객 만족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는지를 느낄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합격점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먼저 나인트리 인사동은 위치가 매우 탁월합니다. 종로 한복판에 위치해 지하철 안국역과도 가깝고, 인사동뿐 아니라 경복궁, 삼청동 등도 걸어갈 수 있습니다. 명동과 광화문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최적의 위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호텔의 위치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라 절대적으로 좋은 위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에 나인트리 인사동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호텔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경복궁-인사동-명동 걸어서 갈 수 있는 탁월한 위치...주차 시설 매우 좋아, 주차비까지 무료

그러나 나인트리 인사동을 처음 방문하고 놀라웠던 것은 주차시설이었습니다. 이 호텔 건물은 지하 4층부터 지상 13층까지 신축한 호텔입니다. 이중 호텔은 지상 5층부터 13층까지 사용합니다. 서울에 신규 오픈한 비즈니스호텔 중 지하 4층까지 있는 호텔이 있을까요. 건설에 대해 좀 안다면 지하를 깊이 파는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들어가는지 잘 알 겁니다. 그래서 신축 비즈니스호텔들은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하거나 기계식 주차시설 등을 도입합니다. 비즈니스호텔뿐 아니라 특급호텔들도 주차시설이 취약한 곳이 있습니다. 삼성동 파크하얏트서울은 발렛주차만 가능하고 일반 주차 공간이 아예 없습니다. 

지하 주차 공간이 있어도 매우 협소하고 내려가는 통로가 매우 좁아 차 긁히기 쉬운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호텔이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인트리 인사동은 내려가는 길도 엄청 넓을 뿐 아니라 주차 공간도 충분해 보였습니다. 특히 이 호텔이 매력적인 게 투숙객에게 주차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즈니스호텔 중 투숙객에게 주차비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호텔신라의 신라스테이 정도가 주차비 무료 정책을 지켜나가고 있을 겁니다.
 
특급호텔들도 점점 주차비를 유료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호텔, 파크하얏트 서울, 홍대 라이즈호텔 등이 투숙객에게도 주차비를 받고 있습니다.

또 나인트리 인사동은 무인 라커룸도 운영하며 투숙객에게 12시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PC룸도 넉넉히 마련해 과도한 프린트가 아니라면 프린트비도 따로 받지 않습니다. 

   
▲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 키즈룸의 이층침대./사진=미디어펜

룸 역시 기존 비즈니스호텔과 매우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총 301개 객실 중 스위트룸 8개를 포함해 패밀리룸이 60여 개나 됩니다. 비즈니스호텔은 1~2인이 투숙하는 경우가 많아 패밀리룸이나 스위트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호텔은 가족 단위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서인지 패밀리룸을 대폭 확대했고, 키즈룸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키즈 욕실을 만든 것도 신선했습니다. 

스위트룸 포함한 패밀리룸 대폭 확대...키즈룸과 키즈 욕실도 신선 

비즈니스호텔에 성인 3명에 유아 1명, 성인 2명에 유아 2명이 함께 묵을 수 있는 호텔이 얼마나 될까요. 정부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지만, 막상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호텔을 알아보면 자녀 2명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호텔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 키즈룸의 키즈 전용 욕실

나인트리 인사동의 침대는 특급호텔에서 사용하는 시몬스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침구도 인터컨티넨탈호텔과 같은 제품을 사용합니다. 비즈니스호텔의 피트니스 시설은 주로 지하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호텔은 10층 이상 고층에 배치했습니다. 

룸에는 대부분 캡슐커피 머신이 비치되어 있고 차 브랜드는 티젠을 제공합니다. 욕실에는 대부분 욕조가 있으며, 전자레인지 등 주방 시설이 있는 객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객실 가격이 다른 비즈니스호텔보다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호텔 가격의 차이가 나겠지만, 나인트리 인사동은 현재 오픈 특가로 10만원 이하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인트리 인사동은 주말에는 거의 만실이라고 합니다. 

   
▲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의 욕실 어메티니. 이솝 브랜드와 디자인이 매우 유사하다./사진=미디어펜

특급호텔과 동일한 매트리스와 침구 사용...'이솝'과 매우 유사한 욕실 어메니티 사용 아쉬워

한국 전통문 모양에서 차용한 객실 인테리어와 한복에서 모티브를 얻은 직원들의 유니폼 등은 인사동이라는 전통성이 있는 지역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네덜란드 디자인 업체에다 호텔 인테리어를 맡기고 앤디앤뎁에 유니폼 디자인을 맡기며 '보자기'라는 컨셉을 알리는 안다즈 서울 강남보다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다만 이 호텔에서 사용하는 욕실 어메니티는 자체 브랜드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으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뷰티 브랜드인 '이솝'을 대놓고 카피한 것이 아쉽습니다. 파르나스호텔이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나인트리를 지속 키운다면 제대로 된 자체 제작 상품을 키우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JW메리어트 서울이 코스맥스와 함께 자체 상품을 만들었고 해비치호텔도 이탈리아의 유명 조향사와 협업해 제주도에서 영감을 받은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든 거처럼 말이죠.

그리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설 면에서만 볼 때 클럽 라운지나 사우나 시설 등이 없다뿐이지 특급호텔 못지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잘 만든 호텔을 보고 왔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