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바람의 아들'은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그의 아들인 '바람의 손자'는 21살 나이에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이종범(49·LG 트윈스 2군 총괄코치)과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는 이렇게 포스트시즌 MVP까지 대물림하며 '야구천재 부자(父子)'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키움 히어로즈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키움은 3연승으로 SK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일등공신이 이정후였다. 그는 이날 3차전에서 결승타가 된 선제 2타점 2루타를 때리는 등 3안타 2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이번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이정후는 15타수 8안타로 타율이 무려 5할3푼3리나 됐고 4득점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이정후에게 플레이오프 MVP가 돌아간 것은 당연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이정후는 유효투표수 68표 중 54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의 MVP 수상이 누구보다 흐뭇했을 사람이 아버지 이종범 코치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이종범은 1993년과 1997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타이거즈 왕조를 이끈 바 있다.

대학졸업 후 프로 데뷔 시즌에 신인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손에 넣었던 이종범이나, 고교졸업 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3년차 시즌에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된 이정후나, '야구천재'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을 수 없다. 부자가 포스트시즌에서 MVP를 수상한 것은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오름에 따라 이정후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겼다. 내친김에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해 '한국시리즈 MVP 부자'라는 또 하나의 신기원을 이루는 것이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사실 한국시리즈 MVP를 받아야 진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장난삼아 '내가 한국시리즈에 가서 MVP를 타겠다'고 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받게 됐다"며 아버지처럼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을 누리고 싶다는 뜻을 은근히 드러냈지만 "여기에서 만족한다. 한국시리즈에 가면 형들이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종범 세대 야구팬들은 아들 이정후가 프로 데뷔하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로 주로 불렸다.

이정후 세대 야구팬들은 이정후의 활약을 보면서 그의 아버지 역시 야구를 잘했다는 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종범은 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점차 '이정후 아버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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