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가을야구 최고의 축제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이긴 팀은 광란의 기쁨을 누릴 것이고, 진 팀은 고개를 숙이고 짐을 쌀 것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세상 황당했던 '끝내기 안타 그 후' 장면이 연출됐다.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가 마음껏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지 못한 채 머쓱해 했고, 패한 팀 선수와 감독은 심판진에 무언가 항의를 했다. 어수선한 가운데 두산의 7-6 끝내기 승리로 끝난 경기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웃카운트 '착각'이 부른 해프닝이었다. 

양 팀이 6-6으로 맞선 가운데 9회말 두산이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은 키움 투수 오주원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를 때렸다. 완벽한 끝내기 안타였다. 오재일은 뛰어나가면서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1루를 돌며 환호를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오재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승리 세리머니를 하러 몰려든 두산 선수들도 당황했다. 키움 1루수 박병호가 심핀에게 뭔가 항의를 하고 있었고, 장정석 감독도 나와 항의를 했다.

   
▲ 사진=두산 베어스


상황은 이랬다. 기쁨에 겨워 1루를 돈 오재일이 1루 주자였던 김재환을 추월한 것. 선행주자 추월에 의한 아웃이었다. 박병호와 장 감독은 이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규칙상 정당한 항의였고, 심판진도 항의를 받아들여 오재일의 아웃을 선언했다.

하지만 오재일이 추월에 의한 아웃 처리가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1사에서 2사로 바뀌긴 했지만 이미 홈을 밟은 3루주자 박건우의 득점은 인정됐다. 오재일 끝내기 안타-박건우 끝내기 득점으로 두산이 승리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재일의 아웃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 박병호와 장정석 감독은 왜 항의를 했을까. 장 감독은 "내 착각이었다. 순간 2아웃인 줄 알고 타자 주자(오재일)가 1루 주자 김재환을 넘어섰다고 생각해 어필하러 나갔다"고 착각에 의한 항의였음을 인정했다. 

아마 박병호도 순간적으로 오재일이 아웃 처리되면 상황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항의를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병호와 장 감독은 오재일과 두산 선수들의 끝내기 세리머니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오재일은 처음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몰라 당황하다가 끝내기 승리가 확정된 후 뒤늦게 동료들과 어설픈(?) 세리머니를 하고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렇게 황당했던 끝내기 상황이 나온 것은 역시 이날 승부가 그만큼 치열했던 데서 연유한 것이다. 

1-6까지 뒤지던 경기를 6-6 동점 추격한 키움은 9회말 잇따른 수비 미스로 위기를 자초한 뒤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박병호를 비롯한 선수들이나 덕아웃의 장정석 감독이 얼마나 승부에 집중했는지, 패배로 끝난 결과에 얼마나 허탈했는지가 '하나마나한 항의'로 나타났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