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담회 '2000명' 발언 이후 당원 반발 더 거세져
총선 이낙연에게 맡기고 사실상 2선 퇴진 요구까지도
[미디어펜=이석원 기자]"권리당원이 70만명 가까이 된다. 게시판에 들어와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다 합쳐서 2000명 정도다. 아주 극소수가 그러는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 한 마디가 민주당 지지자들을 격분시키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은 이 이야기에 대한 반발 댓글이 잇따라 달리고 있고, 심지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이해찬 대표 퇴진' 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 지난 달 30일 이해찬 대표가 정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가뜩이나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 대한 무당층의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뒤흔들어 버린 이 대표의 이 이야기에 대해 같은 당 안에서도 "대표로서 상황인식이 안일하다"거나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하는 판에 무책임하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해찬 대표는 이미 사용 기한이 지났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상황.

문제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급상승하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과 추락하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모두 주춤하는 것은 순전히 문 대통령 지지율 탓인데 당에서는 자꾸 편안한 생각을 하려고 한다"며 "조국 사태에 대해 민심을 달래려던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는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고 비관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총선까지 어떻게 버티고 갈 것인지가 걱정"이라며 "이 대표는 총선을 진두지휘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했다.

   
▲ 이해찬 대표의 '퇴진 주장 2000명 뿐' 발언이후 민주당 당원 사이에서 반발 여론이 높다./사진=더불어민주당

당초 지난 달 29일 예정됐던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초선들이 당 개혁을 주문하며 '이해찬 지도력'에 대한 문제제기도 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하면서 연기돼 '반이해찬론'은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당초 11월 4일로 예정됐던 이 대표의 정기 기자간담회를 앞당겨 조국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문제제기를 수습하려던 것이었는데, 오히려 내년 총선에 대한 암울한 그림자만 더 드리운 셈이 됐다.

당내에서는 조심스레 이 대표를 대신해 이낙연 총리가 당으로 돌아와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이미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실질적인 비상대책위원장급의 선대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총선 대비' 정계 개편이며, 수도권 보수 진영의 결집에 대비한 고정 지지층 이탈 방지, 선거법 개정 논의에 대한 당내 반발 무마 등 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풀어야 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원과 당 대표의 싸움'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져서는 총선을 당 차원에서 제대로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민주당을 무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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