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주 52시간 근무제·탄력 근무제 등 민감 이슈는 타 기관에 넘겨
류재우 국민대 교수 "고용부, 노동조합 눈치 보느라 아무 것도 못 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근로시간 단축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놓은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탄력 근무제 시행 논란에 대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며 뒷처리를 타 기관에 전가하고 있어 책임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고용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50~299인 사업장에 적용될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계도기간 부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렇다 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탄력 근무제 단위기간 설정과 선택 근로제 등 기타 유연 근무제도 도입 여부에 따라 정부 대책이 달라질 것"이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국회 환노위 심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으로, 사실상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꼴이란 지적이다.

고용부가 타 기관에 책임을 전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발이 묶인 기업들의 숨통을 트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논의 역시 고용부 관계자들의 손을 떠났다. 이 논의에 대한 공 역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 넘어갔다.

다시 말해 곧 고용부가 중심이 돼 처리하고 있는 고용·노동 이슈가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고용부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만들어놓고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지난 30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면담하는 모습./사진=중소기업중앙회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유예할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심의를 할 경우 민주노총은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를 '투쟁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노동계 입장을 잘 들어주는 고용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조합과 보조를 잘 맞추는 문재인 정권 특성상 노동계에 신경을 더 쓸텐데, 고용부가 노동계 반발을 우려해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용부는 자신들이 관심 갖고 보는 노동계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데만 집중하는 등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류 교수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산업 부처들은 경제 흐름이 나빠지는 것을 감지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유예하거나 탄력 근무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고용부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어 부처간 손발이 안 맞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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