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33)가 침묵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상대 투수가 이정후를 거르고 박병호와 승부를 택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이제는 박병호의 '거포 본능'이 깨어나야 할 때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19 프리미어12 C조 예선에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1차전에서 호주를 5-0으로 완파했고, 2차전에서는 난적 캐나다를 3-1로 꺾었다. 오늘(8일) 쿠바와 최종 3차전을 남겨둔 한국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6강 슈퍼라운드 진출이 유력해졌다.

한국의 2연승 기쁨 속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바로 박병호의 무안타 침묵이다.

박병호는 두 경기 모두 4번타자 중책을 맡았지만 호주전 5타수 무안타, 캐나다전 3타수 무안타로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삼진을 5개나 당했고 캐나다전에서 볼넷을 하나 얻어낸 것이 유일한 출루였다.

   
▲ 사진=KBO SNS


타격감이 좋지 않다. 스윙 리듬이 흐트러진 듯 헛스윙이 많았다. 공과 휘두르는 배트의 거리가 한참 먼 경우도 꽤 있었다. 

박병호가 타격 부진에 빠져있다 보니 캐나다전에서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이 2-0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공격 1사 2루에서 3번타자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자 캐나다는 고의4구로 이정후를 1루로 걸어가게 했다. 1사 1, 2루를 만든 다음 박병호와 승부를 선택한 것이다. 타격감이 워낙 좋지 않아 보이는 박병호여서 캐나다로서는 해볼 만한 작전이었지만, 박병호에게는 상당히 굴욕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박병호는 응징을 하지 못했다. 이 찬스에서 잘 맞은 공이 하필이면 3루수 정면으로 향해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되고 말았다.

박병호와 함께 대표팀 중심타선을 이루는 이정후와 김재환은 제 몫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2루타 2개 포함 3안타를 때렸고, 호주전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던 김재환은 캐나다전 선제 2타점 결승타를 때려 승리를 불렀다.

박병호는 쿠바전에서는 방망이가 깨어나야 한다. 우선 한국은 쿠바를 이겨야 슈퍼라운드 진출을 자력 확정할 수 있다. 만약 3차전에서 한국이 쿠바에 3점차 이상으로 지고, 캐나다가 호주를 이기면 한국이 탈락하는 경우의 수가 남아 있다. 2차전까지 한국 공격이 답답하게 여겨졌던 것은 박병호 타석에서 흐름이 끊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병호가 제 몫을 하면 쿠바는 전혀 두려운 상대가 못된다.

무난히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고 해도 박병호의 타격감 회복은 절실하다. '홈런왕' 박병호가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해결을 해줘야 슈퍼라운드에서 만날 강팀들과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접지 않았다. 캐나다전 후 김 감독은 "4번타자 박병호가 아직 안 맞고 있다. 그래도 조금 기다린다면 회복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계속 중심타선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가지 희망은 캐나다전 8회 마지막 타석에서 박병호가 처음으로 배트 중심에 맞혀 힘을 실은 타구를 보냈다는 것. 3루수 직선타로 아웃되긴 했지만 타격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타격이었다. 쿠바전에서 그 감각을 살려내야 하는 박병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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