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자금·부동산 비용 전용 가능성…내수·부동산 시장 침체 시 대출 부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그동안 저축은행의 성장을 견인한 '중금리 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대출 부실 가능성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향후 중금리대출 순항에 따라 성장한 저축은행 업계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대출은 중간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연 10% 안팎∼20%의 금리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신용 대출이다.

   


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사들이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합친 가계성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성대출은 지난 2015년 말 기준 20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대출의 58.5%를 차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전체 대출의 64.5%인 3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은행계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NH저축은행 9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억원 성장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8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5억원, BNK저축은행 82억원으로 86억원 성장했다. 

저축은행의 성장 배경엔 중금리대출이 있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에 따라  해당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선 중금리 신용대출이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위주로 구성돼 있고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른 부실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저신용자가 이용하는 중금리 대출의 특성상, 대출금이 생활자금이나 부동산 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내수 경기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대출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고금리 대출의 비중을 낮춰 중·저 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작년 10월부터 제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들이 신용 정보가 부족한 계층이나 중·저신용자에 관한 빅데이터, 머신러닝을 통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도입하고 있으나, 중금리 신용대출 만기가 대부분 길어 아직 검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중·저신용자의 경우 대출을 시도한 기록 자체가 아예 없는 사람이 많아, 오히려 다양한 연체 기록이 있는 저신용자에 비해 상환 능력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일시에 부실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저축은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필요하다면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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