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순탄하게 이어오던 프리미어12 대회 2연패를 향한 여정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대만에 충격적인 참패를 당해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2일 일본 지바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만과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0-7로 완패했다. 이 패배로 한국은 예선 조 1위로 확보한 1승 포함 2승 1패가 됐고, 대만은 2패 후 첫 승을 올렸다.

한국은 아직 1패밖에 하지 않았고, 6팀 가운데 멕시코(3승)에 이어 일본(2승1패)과 공동 2위다. 크게 실망할 단계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대만전 패배 충격은 컸다. '지바 참사'로 불릴 만했다.

   
▲ 사진=프리미어12 공식 홈페이지


우선 경기 내용이 형편없었다. 짜임새를 자랑해온 한국 타선은 대만 선발로 나선 장이에게 6⅔이닝 동안 안타 4개만 때려내고 무득점으로 철저히 눌렸다. 장이가 투수로 전향한 지 1년여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 타자들은 이날 총 5안타에 그쳐 홈런 1개 포함 11안타를 친 대만에 완전히 밀렸다. 

믿었던 마운드의 붕괴도 걱정을 안겼다. 선발 김광현은 구위가 뚝 떨어져 3⅓이닝 8피안타 3실점하고 조기 강판했다. 4번째 투수로 7회 등판한 원종현은 3점홈런을 맞아 후반 추격 희망을 날렸다.

투타 모두 대만에 철저히 밀린 한국은 '꽃길'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 됐다. 만약 대만전 승리를 했다면 한국은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4년 전 초대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선적인 목표는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었다. 이번 프리미어12에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에 1장의 본선행 티켓이 걸려 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함께 올라온 대만, 호주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국이 대만을 잡고 3승을 거뒀다면 대만은 3패가 됐다. 호주도 3패를 기록 중이다. 남은 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한국은 결승 또는 최소한 3-4위전 진출은 유력하고 대만과 호주는 5~6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대만에 패함으로써 '꽃길'을 벗어나 험한 '가시밭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이틀을 쉬고 15일 멕시코, 16일 일본과 만난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최강 전력을 자랑하며 유일하게 전승을 거두고 있고, 일본은 홈팀인데다 늘 껄끄러운 상대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두 팀과 경기를 남겨둔 한국이다. 

한국이 두 경기를 모두 이긴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1승1패나 2패를 할 경우 대만에 추월당할 우려가 생겼다. 대만은 미국, 호주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이 1승1패하고 대만이 2승을 하거나, 한국이 2패를 하고 대만이 1승1패를 하면 나란히 3승2패, 또는 2승 3패로 동률이 된다. 동률이 될 경우 승자승을 따지기 때문에 대만에 진 한국의 순위가 밀린다.(한국은 일단 호주는 제쳤다. 예선라운드에서 호주를 이겨뒀기 때문에 3패 중인 호주가 한국과 동률이 되더라도 순위 역전은 없다)

3개팀 이상이 동률이 돼 물고물리는 결과가 나오면 '팀 성적지표(TQB·Team Quality Balance)'를 따져 순위를 가리는데, 대만전에서 한국이 무득점에 7실점이나 함으로써 상당히 불리한 여건이 됐다.

한국이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려면 당연히 멕시코와 일본을 내리 꺾는 것이 최선이다. 이틀 휴식하는 동안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를 되살리고, 제 몫을 못하고 있는 4번타자 박병호 등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도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 멕시코전부터 잡고 가야 한다. 한국은 선발로 박종훈이 예정돼 있다. 상황에 따라 필승 불펜조를 일찍 가동해서라도 대만전처럼 일찍 경기 주도권을 빼앗기는 흐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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