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경기 한국-일본전이 열린 도쿄돔 관중석에 욱일기가 등장해 논란이다. 이에 대해 별다는 제재 움직임이 없는 대회 주최측과 일본측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국내 야구팬들은 '결승전 보이코트'까지 주장하고 있다.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이미 결승 진출이 확정된 두 팀은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한일전답게 서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치열한 접전 끝에 일본이 10-8로 이겼다.

그런데 4만6천석을 꽉 메운 도쿄돔 관중석에서 일부 관중이 욱일기 응원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욱일기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관중도 있었고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하는 관중도 있었다.

   
▲ 사진=연합뉴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침략과 수탈을 당했던 한국과 중국 등 피해국에게 역사적 상처를 안긴 일본 군국주의 전범기다. 2차대전 후 독일의 나치기 사용이나 게시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욱일기 역시 역사에서 사라져야 할 전쟁 범죄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와중에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 경기가 열린 도쿄돔에서, 그것도 한일전에서 버젓이 욱일기 응원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일본 관중의 욱일기 응원에 대해 주최측 WBSC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항의했다.

그렇지만 WBSC는 "지금은 분쟁 상황이 아니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금지하지 않은 사항으로 (욱일기 응원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했다. 다만 WBSC는 일본프로야구기구(NPB)와 방송사 측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영상이 TV중계에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뜻만 밝혔다.

이에 국내 야구팬들은 욱일기 응원을 펼친 일본 관중과 소극적인 대응을 한 일본 및 대회 주최측을 성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17일 결승전에 다시 맞붙는데, 또 욱일기 응원이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상당수 팬들은 "다시 욱일기를 보느니 차라리 결승전을 보이코트 하자"는 강경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는 도쿄올림픽에 욱일기가 등장할 것을 우려하며 IOC에 욱일기 사용을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 미국인 청년은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에 "욱일기가 올림픽에 등장하면 미국의 국제평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글을 올려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욱일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프리미어12 야구 경기에 욱일기가 등장했으니,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얼마나 많은 욱일기를 지켜보게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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