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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제 실태①] 가격 415% 치솟아…옥죄이는 철강사
배출권 가격 톤당 4만원…발전소 대량구매·총량 감소에 '혼란'
A철강사 배출권 부채 1조4000억…3년치 영업익
"정부 정책 실패…기업에만 부담 전가 말아야"
승인 | 권가림 기자 | kgl@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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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2-18 10: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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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 5년차를 맞았지만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한해 동안 쓰고 남은 잉여배출권을 거래시장에 내놓지 않고 과도하게 ‘이월’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들만 배출권을 사고 파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시장기능 미흡으로 결국 국가 온실가스 총량의 감축 목표이행도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출권 물량이 모자란 철강업계는 막대한 배출권 구입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미디어펜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실태'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구조를 살펴봄과 동시에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또 시장 정착을 위해 매주 탄소배출권 거래 시황을 공개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선진국 벤치마킹'한 제도로만 기업을 압박하려 한다. 거래는 없는데 가격만 급등하는 현 시장 상황은 정부 불신에서 촉발된 것이다." 

철강사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감축시설 투자로 탄소배출을 줄여왔지만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백만톤 단위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희박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18일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가격(KAU19)은 17일 톤당 4만650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장한 첫날인 2015년 1월 12일 7860원 대비 415%나 증가했다. 

   
▲ 현대제철 당진 1~3고로. /사진=현대제철 제공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5년부터 도입한 탄소배출권 시장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600여개 기업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총량을 설정하면 기업은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권이 남은 기업과 거래를 통해 정부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제도다. 배출권이 부족한데 매수를 못할 경우에는 이행연도의 배출권 평균가격의 3배 과징금이 부과된다. 온실가스를 크게 줄여 남는 배출권이 생기면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돈을 벌 수도 있다. 탄소 배출을 기업의 수익과 연결시켜 감축해보자는 의지였지만 600여곳에 이르는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가격이 얼마나 더 뛸지 몰라 배출권을 팔지 않고 움켜쥐고 있다. 

이에 더해 모기업인 한국전력으로부터 80%의 배출권 지원금을 받는 발전소가 부동산 투기처럼 고수익을 내기 위해 대규모 물량 확보에 나서며 배출권 총량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우상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며 결국 기업에 직격탄이 됐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한 철강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1400만톤의 부족량이 발생했다. 이를 구매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물게되면서 1조4000억원의 배출권 부채를 떠안게 된다. 이는 이 회사의 3년치 영업이익이다. 경매 방식으로 매매가 되는 만큼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추락하는 한국제조업 경쟁력에 기름 붓는 꼴"이라며 "기업들이 배출권을 매도하지 않아 거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인데 배출권 가격만 널뛰고 있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책 실패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배출권 예비분을 풀었지만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남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할 수 있는 양을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톤'으로 제한하는 '배출권 거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당초 정부는 배출권 가격이 1만원 이상을 넘지 않도록 개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제와선 "'가격 올라가는 건 시장 원리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푸념했다.  

제3차 배출권 거래제(2021~2025년) 시행을 앞두고 철강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제3차 계획부턴 총량이 더 줄어드는 데다 유상 기업 확대 등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 배출권 가격은 10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감축 시설에 추가 투자 하더라도 전년 대비 1% 내외로 감축이 이뤄지는 등 한계가 있다. 이 점은 환경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환경부는 이번 주 탄소배출 거래 참여 매수업체들을 불러모아 물량 부족과 가격 급등 현상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의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찰 상한가 설정, 잉여 배출권 이월제한 시 스왑거래 일부 제한, 상쇄배출권 허용한도 상향 조정 등이 개선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환경부 기후경제과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도는 부족하면 사고 남으면 파는 취지로 시작돼 가격 급등에 대한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가격에 대한 기준을 세워뒀는데 아직까지 그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급등 때문에 배출 허용 총량을 늘리는 것은 비환경적인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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