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전년비 10.3% 하락…금융위기 이후 최악
주요 수출시장 성장률 정체…주력 품목 업황 개선 의문
   
▲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선박과 컨테이너 야드 전경. /사진=한국선주협회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해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올해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0.3% 급감한 5424억10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수출 감소 행진도 13개월 연속 이어졌다. 

이는 13대 주력품목 중 자동차를 제외한 전 품목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으로, 특히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디스플레이·무선기기·컴퓨터 등은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였다.

산업부는 미중 경제전쟁과 반도체 시장 하강 및 국제유가 하락 등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으며, 무역수지도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경제와 교역이 지난해를 저점으로 소폭 개선되고, 5G 본격화 및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등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및 유가·환율 보합세 등에 힘입어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한 5600억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신흥국 경기 회복세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 내 수입 수요 증가 △주요국 건설·인프라부문 투자 확대 등도 언급했다.

   
▲ 2020년 품목별 수출 전망/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나머지 품목의 부진 등을 들어 정부 전망치는 '장밋빛 환상'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성장률 6.0% 사수를 위해 시중 은행들의 지급 준비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는 등 부채 폭탄까지 끌어안는 모양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는 인도 역시 3분기 경제성장률(4.5%)이 2013년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지난해 수출 '은메달'에 오른 일반기계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공산이 있으며, 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자동차 등의 부진도 점쳐지고 있어 반도체 혼자 반등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단가 인상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감산을 지속하는 중이지만, 미국 내 생산량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올라섰을 뿐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비롯해 수급을 악화시킬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30%대를 찍는 등 5G 본격화 및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황이 올 2분기 이후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의문이 붙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물량이 7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한 것을 비롯해 전체 수출 물량이 소폭 많아졌음에도 단가 하락을 버텨내지 못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미중 경제전쟁 역시 단기간 내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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