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 거래실태 및 상생방안 토론회'서 대부분 합병 반대 입장
   
▲ 딜리버리 히어로와 배달의민족 로고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국내 2.3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을 합병키로 하고,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한 것과 관련, 합병 반대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공정위의 판단이 주목된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배달의민족-DH 기업결합을 계기로 본 배달앱 시장 거래실태 및 상생방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형락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본부장은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배민이 DH에 매각되면 광고료 및 배달 수수료 상승, 소비자 혜택 축소 등, 배달앱 시장 '독점'에 의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8.7%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

김 본부장은 "그간 배달앱 사용자가 매년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배민과 요기요의 치열한 할인쿠폰 경쟁의 영향이 컸으나, 합병될 경우 굳이 거액을 들여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어져, 결과적으로 수수료 인상과 같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은 마땅한 대체 플랫폼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배달앱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방안과 함께, 오프라인 카드결제수수료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은 온라인 결제수수료(3.3%)의 인하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실태파악과 공정거래를 유도할 법과 제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달앱이 단순히 배달주문을 중개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 체질을 변경, 사업운영상 각종 위험부담과 책임이 가맹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다"면서 "배달앱 플랫폼 사업자와 가맹점간 책임분담 기준 마련 등, 공정한 거래관계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호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조직부본부장은 "배민과 요기요가 경쟁관계였을 때는 이용자와 점주들의 선택폭이 넓었으나, 두 플랫폼을 한 회사가 소유하게 되면 이런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점주는 플랫폼을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지고, 이용자들도 할인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부본부장은 공공성을 가진 '오픈 플랫폼'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배달앱 시장 '독과점의 고착화'는 원상 회복이 어렵고, 집행 비용이 많다"면서 "시장 독점은 상방시장과 하방시장 모두 피해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온라인 배달앱 이용 가능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을 방문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을 주로 활용,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배달앱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장영환 인천서구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문앱 통합에 따른 독과점으로 수수료 인상, 부자재값 상승, 배달대행 수수료 인상, 경쟁유발 추가 수수료 발생 등이 예상 피해라며, 시장 독과점 반대, 공공형 주문앱 개발을 촉구했다.

배달 라이더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라이더는 노동법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면서 "특히 배민의 라이더 정책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합병이 완료되면 배민은 주문 중개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가질 것이고, 배민의 라이더 정책은 타 배달중개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토론회를 개최한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이미 배달앱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두 거대 공룡기업의 인수.합병을 단순히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결합으로 볼 수 없다"며 "한 기업이 시장의 99% 가량을 점유할 경우, 이 산업에 과연 경쟁이 남아날 수 있는지,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질 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의원은 "소상공인들이 어떤 불공정에 맞닥뜨릴지, 그리고 소비자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빠짐 없이 살펴야 하며, 겨우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한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환경에 미칠 영향도 고려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관련 사업자 및 시민.노동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정위에 이 건의 엄격한 심사를 촉구했고,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합병 반대를 선언한 상황이다.

공정위의 입장은 더욱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앱 시장만 보면 합병기업이 전체의 90% 넘게 독점하게 되지만, 배달앱 만이 아닌 배달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관련 시장을 획정할 경우, 합병 대상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 미만이어서 '경쟁제한성'이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배달시장 전체로 볼 경우에도, 배달앱들이 이미 소비자들을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할인혜택을 줄이더라도 소비자들의 '수요 대체성'이 낮을 가능성이 커, '실질적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며, 혁신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벤처 창업의 이익 실현에 대한 경제계 요구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혁신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시장을 선점했다고 해서 '시장의 독점화'를 방치하면, 후발 혁신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경쟁을 통한 새로운 혁신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규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결합 신청이 접수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해 11월 출범한 (공정위 내) 정보통신기술(ICT) 태스크포스(TF) 플랫폼분과에서, 배달앱의 불공정 행위 문제를 좀 더 살피겠다”고 말했다. 

또 배달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특고지침을 맡고 있는 부서에 내용을 전달, 함께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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