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기존 광고대행사로부터 신제품 광고 콘티 등을 받은 뒤 돌연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광고사를 통해 비슷한 광고를 만들어 방영했다가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홍승면 구민승 박지연 부장판사)는 광고업체 A사가 제너시스비비큐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A사에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써프라이드'라는 제품명을 BBQ가 상품이나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원고 A사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2016년부터 BBQ의 마케팅을 맡아 온 A사는 2017년 6월 26일 BBQ 측으로부터 "7월 20일 출시 예정인 신제품의 마케팅 방향을 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A사는 같은 해 7월 7일 '써프라이드'라는 제품명을 제안했고, 같은달 28일 최종 광고 콘티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 다음 달 초 BBQ는 A사에 돌연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2017년 9월 B사와 새롭게 마케팅 대행 계약을 맺었다. 그 다음 달에는 배우 하정우씨가 출연한 써프라이드 치킨 광고가 B사 제작으로 전파를 탔다.

이에 A사가 BBQ와 B사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가 제작한 콘티와 실제 광고 사이에 일부 유사한 부분이 '창작적 표현'이라 보기 어렵고, 계약관계에 따라 광고물에 대한 권리가 BBQ에 있으므로 A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되지도 않았다고 1심 법원은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사가 한 달여 만에 만든 제품명과 광고 콘티 등에 대한 제작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네이밍과 콘티 등에 대한 제작비를 전액 지급해야 BBQ가 A사로부터 소유권과 지식재산권을 취득해 사용 권한을 갖게 된다고 봐야 한다"며 "제작비를 주지 않은 BBQ는 이를 사용할 권한이 없고, 비밀로 유지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BBQ 측이 2018년 말 1200여만원을 법원에 공탁하긴 했으나, 이는 실제 A사가 받아야 할 돈에 미치지 못하며 효력이 없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사가 만든 콘티와 실제 방송된 광고 사이의 유사성도 인정했다. 새로 마케팅 계약을 맺은 B사가 첫 기획안을 낼 때부터 '써프라이드'라는 제품명이 전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비춰보면 B사도 A사의 앞선 기획 내용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BQ와 B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A사의 창작 부분을 이용해 비교적 단기간에 광고 제작을 완성해 각종 매체에 전송했다"며 "이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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