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사실상 노예 계약…근로기준법 위반"
   
▲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매물로 나온 이스타항공이 자금 사정 탓에 직원 급여와 기타 정산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급근무를 언급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행정 기관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반일불매운동의 여파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9월 16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3개월 무급휴직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 사정이 급격히 악화돼 매각설이 고개를 들던 시점이다.

그런가 하면 이스타항공은 현재 2월분 임직원 급여 60%와 연말정산 환금급을 주지 못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추후 지급 예정이나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조종사 임금 25% 삭감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3월부터 전격 시행된다"고 말한 바 있다.

   
▲ 지난 4일 이스타항공 측이 무급근무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글이 직장인 전용 익명 SNS '블라인드'에 올라왔다./캡쳐=블라인드


과연 그럴까. 구조조정은 사측이 알린 임금 삭감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직장인 전용 익명 SNS '블라인드'에는 "이스타항공이 직원들로 하여금 무급근무를 시키려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스타항공에 다닌다고 소개한 글쓴이는 "(회사 간부들이) 긴급 회의를 했는데 사측이 3·4월 급여를 줄 수 없는데 출근하라고 한다"며 "사내 게시판엔 아무 소식도 없고 최종구 사장은 일언반구 언급 조차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지난 4일 이스타항공 측이 무급근무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글이 직장인 전용 익명 SNS '블라인드'에 올라왔다./캡쳐=블라인드


이어 제주항공에 다니는 한 이용자가 "2월 급여 들어왔느냐"고 묻자 한 이스타항공 직원은 "아직도 못 받았다"며 "새쇼(새벽 쇼업비: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심야시간대 택시 이용 지원금)도 마찬가지"라고 답변했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이스타항공 직원은 "지난달 급여에서 60%를 감액한다는 것도 사측이 월급날 당일 공지해줬다"고 폭로했다. 앞서 조종사 임금 삭감이 노조와의 합의과정을 거쳐 이달부터 이뤄진다는 것도 이스타항공의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사정이 어려운 건 맞으나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은 것도, 해고도 아닌 상태에서 무급으로 근무하기를 요구하는 건 근로기준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의 한 조정관은 "무급휴가도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판국에 노예 계약을 하느냐"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신고 접수 시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게 된다"며 "임금체불은 금전·금품 보상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 형사처벌감"이라고 경고했다.

강남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근무를 할 경우 임금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무급은 봉사를 한 것인데 근로자들이 자유의지에 따라 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급휴가, 무급휴직이 있는 마당에 무급근무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일방적으로 일을 시키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사업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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