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주~4월2주 정제마진, 1달러 미만…BEP 대비 20% 수준
OPEC+ 감산에도 국제유가 영향 미미…개소세 면세 등 요청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OPEC 비회원 산유국의 연합체 OPEC+가 다음달 1일부터 6월말까지 일일 970만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 감산에 합의했으나 국제유가의 회복이 불확실한 가운데 정유업계가 정부에 추가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10시45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물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 대비 5.67% 오른 배럴당 24.05달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가 3.52% 오른 32.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OPEC+가 역대 최고 수준의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국제유가가 평균 30달러도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멕시코가 10만배럴 감산에 그치는 등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및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로 일일 원유 수요가 2000~3000만배럴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각국이 유조선을 띄워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등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은 4주 연속 이어진 정제마진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유가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유를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으로 정제해서 팔수록 손실을 입는 셈이다. 특히 운송 수요 급감으로 인해 가솔린 크랙이 2000년 이후 가장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올 1월 0달러대에 머물던 정제마진은 2월 첫째주부터 6주간 3달러선까지 높아졌다가 3월 셋째주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누적 정제마진도 0.96달러로 손익분기점(BEP)의 5분의 1에 머물고 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업계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올 1분기 적자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공장 가동률을 85%로 낮췄으며, GS칼텍스는 올 하반기 예정됐던 여수공장 정기보수를 지난달로 앞당겼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정유공장 가동률을 90% 가량으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제2공장 정기보수를 지난 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로 조정했다. 통상적으로는 가동률 하향 및 정기보수가 수익창출을 저해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편이 낫다는 것이다.

정부가 4~6월분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를 90일간 유예하고, 저장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석유공사의 여유 비축시설을 임대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중국 공장 가동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하면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임시투자세액제도 부활 △석유류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 △환경·안전시설 관련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으며, 원유수입관세를 물리는 정책도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 관세가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칠레 등 3개국이지만, 이 가운데 비산유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내수 수요 회복 및 고가의 원유 재고 소진을 위해 4월부터 정제 처리량을 10% 늘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당분간 저유가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번 기회에 '경쟁국 대비 세제를 비롯한 인센티브가 적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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