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상승곡선에 제동…쌍용차·한국지엠·르노도 부진할 듯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완성차업계가 이번 주부터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번 실적발표는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문제는 이후의 2분기 실적으로 코로나19 초반이던 1분기와 달리 전구간이 여파에 타격을 입으며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오는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현대차 실적은 매출 23조2000억원대, 영업이익 7000억원대, 순이익 6200억원대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완성차. /사진=미디어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23조9871억원)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8249억원)과 순이익(9538억원)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우려
기아자동차는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기아차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13조8000억원대, 영업이익 3600억원대, 순이익 3400억원대다. 

기아차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12조4444억원)은 오히려 늘어나지만 영업이익(5941억원)과 순이익(6491억원)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소비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아래에서 지난해부터 확실한 실적 회복세를 기록 중이었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하며 실적이 꺽였다는 것이 아쉽다. 

더욱이 올해 현대차는 파급력 있는 제품라인의 풀체인지 주기인 슈퍼사이클을 맞이해 만반의 준비를 다져온 만큼 이번 분기부터 시작되는 실적 하락은 아픈 성적표다. 

문제는 2분기 실적이다.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지만 2분기는 전체 기간이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북미·유럽 등의 공장가동이 중단됐고 국내 공장에서도 수출용 생산라인 일부가 멈추고 임시방편으로 내수물량 확보로 만회하고 있다. 해외시장의 생산·판매 위축이 제대로 반영되면 2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최대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승 추세에 있던 연간실적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8년 2조4222억원으로 저점을 찍고 지난해 3조6055억원으로 회복했다. 기아차 영업이익은 2017년 6622억원까지 줄었다가 2018년 1조1575억원, 지난해 2조97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모두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코로나19여파로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전년대비 3월 주요시장 수요는 △미국 –38.5% △유럽 –56% △인도 –50% △브라질 –22% △러시아 +1%를 기록하고 대부분 5월 초까지 이동통제가 연장되면서 4월~5월에 수요급감 불가피하다"며 "중국시장의 수요 감소폭 축소로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이달 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쌍용차는 지난 2018년 4분기에 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9년 1분기 278억원, 2분기 491억원, 3분기 105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다가 4분기에 998억원으로 손실을 다소 줄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공개된 판매량에서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지엠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한 8만6528대에 그쳤다. 내수는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해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이 신차효과를 보이며 전년 대비 14.4% 증가한 1만9044대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31.0% 감소한 6만7484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은 올해 1분기에 XM3 출시 효과를 바탕으로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1% 늘어난 1만9988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은 62.8% 급감한 8402대에 머물렀다. 

그동안 르노삼성의 수출을 책임졌던 로그의 생산이 중단된 영향이다. 르노삼성은 모기업인 르노로부터 XM3 수출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노사가 최근 '기본급 동결'을 조건으로 지난해 임금협상을 매듭지은 것도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르노는 르노삼성에 XM3 수출물량 배정의 조건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요구해왔다. 르노삼성은 XM3의 수출 물량을 확보한 뒤 빠르면 올 연말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1분기는 선방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본격적인 코로나19여파가 반영되는 2분기의 실적하락은 더 큰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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