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과 9천원 밖에 차이 안나면서 저렴한 태국산 망고 사용...신라호텔 넘어서려는 노력 안보여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서울 특급호텔들이 여름 시즌을 앞두고 빙수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호텔 빙수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를 따라잡기 위해 '망고빙수'를 내놓는 호텔들이 많다.

그중 안다즈서울강남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 올해 처음으로 망고빙수를 출시했다고 해서 먹어봤다. 반얀트리호텔은 몇 년 전 망고빙수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판매를 하지 않다가 올해 재출시한 경우이다. 

먼저 안다즈호텔 2층 조각보 레스토랑에서 망고빙수를 판매한다. 망고의 원산지는 태국산이며 망고는 한 개에서 한 개 반 정도가 들어간다. 가격은 4만5000원. 판매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에서 저녁 8시 30분까지이다.

   
▲ 안다즈서울강남의 망고빙수./사진=미디어펜

안다즈서울강남, 태국산 망고 사용...망고빙수 약점 사이드 디저트로 보완하려고 노력

안다즈호텔 망고빙수의 가장 큰 특징은 빙수 주변에 사이드 디저트를 강화한 점이다. 빙수와 함께 찹쌀떡, 망고무스 케이크, 망고 젤리 등이 함께 제공돼 양이 많다. 빙수를 먹으면서 얻는 열량보다 디저트로 얻는 열량이 더 많을 거 같다. 

얼음은 우유가 함유되어 매우 부드럽다. 그러나 망고가 매우 작게 잘려져 있어 신라호텔에서 느낄 수 있는 큼지막한 식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안다즈호텔은 포크와 숟가락도 매우 작은 걸 제공했다. 

안다즈호텔 측도 "신라호텔처럼 판매했다가는 남는 것도 없을 것"이라며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가 얼마나 원가가 높은지 인정했다. 제주도산 애플망고의 가격도 비싸지만, 수급도 쉽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신라호텔과 비교해 가격은 9000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망고빙수의 퀄리티 차이는 커 보였다. 안다즈호텔 측은 그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디저트를 강화했지만 큰 메리트는 없어 보였다. 제대로된 망고빙수를 먹고 싶다면 동호대교를 건너 신라호텔에서 먹기를 추천하고 싶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망고빙수./사진=미디어펜

반얀트리호텔도 저렴한 태국산 망고 사용...판매시간 2시간 정도 매우 짧아  

반얀트리호텔은 더 심했다. 반얀트리호텔의 망고빙수는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에서 판매했다. 이 라운지는 아침 식사를 비롯해 점심, 애프터눈티,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는 올데이 다이닝이다. 그래서 망고빙수 판매 시간도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로 매우 짧다. 

망고의 원산지 역시 안다즈호텔과 같은 태국산이다. 태국산 망고는 제주도산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반얀트리호텔은 보도자료에는 '애플망고'라고만 알렸다. 엄밀히 말해 반얀트리호텔에서 판매하는 망고빙수에는 태국산 애플망고가 사용된다. 가격은 안다즈호텔과 같은 4만5000원이다. 망고 사용량도 한 개 반으로 안다즈호텔과 유사하다.

반얀트리호텔의 망고빙수는 판매 시간도 짧을뿐더러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다. 그런데도 판매를 강행한 배경에는 "신라호텔에 망고빙수를 먹으러 간 고객들이 기다리다 못 먹고 반얀트리호텔로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반얀트리호텔이 망고빙수를 낸 것은 신라호텔을 넘어서기 위한 목적이 아닌 '대체재'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반얀트리호텔 망고빙수는 매우 성의 없어 보였다. 이 빙수를 개발한 셰프가 제대로 된 빙수를 만들기 위해 신라호텔 등 여러 호텔을 다니며 호텔 빙수를 연구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맛과 비주얼 등도 부실했다. 사이드로 제공하는 건 치즈케이크 한 조각뿐이었다.

망고의 양도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얼음의 양도 얼마 되지 않았고 얼음 밑에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지 빙수를 먹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망고만 사다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호텔이 사용하는 제주도산 애플망고는 시중에도 비싸게 판매되어서 호텔에서 먹을 가치가 있지만, 태국산 망고는 그렇지 않다.

판매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제대로 된 빙수를 만든 것도 아닌데 왜 망고빙수를 내놨는지 의문이다.

   
▲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사진=미디어펜

안다즈호텔과 반얀트리호텔의 망고빙수를 먹어보면서, 양 호텔은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를 넘어서려고 노력하기보다 구색 차원에서 내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망고빙수로 따라잡기 힘들다면 다른 메뉴를 개발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천편일률적이고 따라 하기 바쁜 호텔들의 메뉴 개발이 아쉽다. 

9000원 더 주고, 줄 좀 서더라도 신라호텔 '애망빙'을 추천한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