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토탈 사업하는 곳은 우리 뿐…전문성·희소성이 무기"
"참고할 곳 없어 어렵지만 시장 개척해 여기까지 와"
"사이클 트레이닝 센터 프랜차이즈화 희망"
   
▲ 이미란 케이벨로 대표이사./사진=케이벨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흔히 우리는 자전거라고 하면 굉장히 손쉽게 탈 수 있는 교통 수단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두 바퀴 달린 물건이 아닌 컨텐츠 사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가 있다.

미디어펜은 12일 이미란 케이벨로 대표를 만나 그의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자전거 산업을 일으켜 대중화를 이루는데 목적이 있다"며 "여기까지 오는데 2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IMF 사태로 모두가 고생하던 1990년대 말, 당시 산후 우울증과 기타 질병이 있었고, 체중이 30kg 가량 오르는 등 건강상 너무 좋지 않은 상태여서 정말로 죽을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맥을 짚은 한의사가 약을 한 첩 지어주며 자전거를 타라고 했다"며 "자전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보통 사람들은 '자전거' 하면 쉽게 탈 수 있는 기구로 인식하는데, 엄연히 전문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가대표 바이크 선수 시절의 이미란 케이벨로 대표./사진=케이벨로

이 대표는 동아대학교 체육대학 경기지도학과를 졸업한 전문체육인이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바이크 선수로 출전한 바 있다. 그러나 30대를 넘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그는 1:1 맨투맨 교육, 비영리 민간단체 활동도 하며 울산에서 상경했다.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생겨났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에서는 1년에 한번씩 산업대전이 열린다. 하루는 한 업체에서 수입 자전거를 들여와야 하는데 물건이 없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사람을 데려다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강의할 수 있는 걸 해보라길래 자전거로 입담을 발휘했는데,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LS네트웍스 관계자가 이 대표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국가대표 선수출신임을 알게 되자 이 대표는 40대에 LS네트웍스에 입사하게 돼 자전거 사업부에서 근무하게 됐다. LS바이클로 아카데미 원장직을 역임한 이 대표는 매장 운영관리사·자전거 여행 안전 가이드라는 전문가 교육과정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 일본에서 진행한 자전거 행사./사진=케이벨로


현재 자전거 컨텐츠를 영위하는 사업체는 사실상 케이벨로를 제외하면 없다. 케이벨로만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자전거 관련 종합 사업하는 곳이 없다"며 자전거 수입 총판으로써 유통만 하는 곳만 있고 자전거 여행 상품을 파는 곳은 우리 말고는 전무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내 자전거 정규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며 "현재 한국 사회 속 자전거 교육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머니 몇 모아놓고 하거나 학교에서 연간 2시간짜리 의무교육을 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학교장 재량으로 이론으로만 진행된다"고 꼬집었다.

   
▲ 케이벨로 기획 행사에 참가한 라이더들./사진=케이벨로

이어 그는 "이를 벗어나 자전거 컨텐츠를 기업체 이벤트로 키워내고 회원 관리 프로그램을 모두 합친 게 문화사업"이라며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는 만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이 된다"고 소개했다.

실제 이 회사는 이벤트 개최와 관련해 굉장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관광공사나 유수의 대기업들과 함께 자전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고객으로는 엔씨소프트·넥슨·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신한은행·국민은행 등이 있다.

이 대표는 "한국관광공사는 안전 대응도·전문가 투입 수준·사후 보고 가능 여부·회계 투명성 등 각종 조건을 제시하는데, 이런 자전거 사업체가 없다"며 "이와 같은 희소성이 우리 경쟁력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케이벨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실적에 대해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준이 되질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R&D에 투자한 게 많아 영업이익은 마이스너를 기록하고 있며 "매출은 5년 새 8배 가량 늘었다"고 귀띔했다.

   
▲ 케이벨로 지하에 마련된 사이클 트레이닝 센터./사진=박규빈 기자


또한 "현재 우리는 중소기업이라고 하기도 사실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테지만 100억대 매출을 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케이벨로 본사 지하에는 트레이닝 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3개월 내 프랜차이즈화를 위한 준비는 다 돼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케이벨로와 같은 문화컨텐츠 스타트업이 나타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이 대표는 "전문성을 갖고 한 우물만 더 깊이 파고 들어야 한다"는 철칙을 내세웠다.

이 외에도 이 대표는 창의성을 중요시 했다. 그는 "우리가 수익을 잘 내지는 못하지만 없는 시장을 만들었다"며 "남들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도전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 케이벨로 기획 워크숍에 참가한 라이더들./사진=케이벨로

모든 기업은 SWOT가 있기 마련이다. 케이벨로의 취약점에 대해 이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한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니 자전거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가끔 막막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영자로서 한정된 인력과 재원으로 회사를 어떻게 기워갈 것인지가 고민거리"라고 털어놨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서비스 기업인 만큼 눈에 보이는 뭔가 만들지는 않지만 PB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로라방이라 하는 사이클 트레이닝 센터를 국내외에 프랜차이즈화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슷한 사업체를 만든다는 사업가가 나타날 경우 이 대표는 "이 사업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열정, 사랑이 있어야 한다"며 "고도의 전문성과 이해도, 경영자 마인드는 그 다음"이라고 역설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