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 통제 않고도 끔찍한 '아동 학대' 막아야
처벌 강화·세부기준 규정·신고 인센티브 등 보완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법무부가 최근 부모의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아동인권 보장 취지에서 관련법에 '칼'을 빼 들었다. 지난 60여 년간 유지한 친권자(부모)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민법에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삭제하고 '체벌은 부모의 징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복안이다.

12일 법무부는 관계기관 간담회를 갖고 이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으나, 법조계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이미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특례법)에 사실상 체벌이 금지되어 있고 관련 조치가 규정되어 있어 법무부의 '정치적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현 법제도 하에서 최근의 끔찍한 아동 학대 사례를 막을 방법이 완전하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래로 부모의 징계권을 인정한 민법 관련 조항을 손보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12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체벌을 훈육 수단으로 여겨왔던 유교적 인식, 기존 사회적 통념에 큰 변화가 일 수밖에 없는 개정안"이라며 "누가봐도 약한 징계, 훈육의 모든 행위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자녀의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과잉금지에 위배되고 근본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치"라며 "애초에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구체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견책 등 부모가 아이를 나무라는 모든 행위를 박탈하여 부모의 교육권 자체를 형해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확장될 수 있다"며 "정부가 모든 가정의 교육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정교하게 그 제한을 두면서 최근 불거진 아동학대를 엄단할 수 있는 핀셋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동 사건 경험이 많은 H 법률사무소의 J모 대표변호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현재 법률로도 아동학대는 민법상 징계권 유무와 무관하게 보호받는다"며 "현실적으로 징계권과 체벌할 권리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아동 학대를 막는 실질적인 보호 장치에 대해 "민법 개정만으로는 학대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보호자가 일정한 친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서면 아동학대 행위가 되어 처벌 받는 것이다. 그 친권 행사의 범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좀 더 세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아동학대 범죄는 이미 특례법 2조에 따라 형법 257~258조, 260~262조, 271~278조, 280~281조, 283~284조, 286~290조, 297~303조, 305조, 307조, 309조, 311조, 324조 등에서 상해·특수상해·폭행·특수폭행·폭행치사상·유기·혹사·감금·협박·협박미수·약취·유인·업무상위력·간음·추행·모욕·신체수색·강요·강요미수·공갈·상습 등의 행위가 모두 규정되어 있다"며 "부모가 아이에게 '무릎꿇고 손 들고 있기'나 '의자에 가만히 앉히기' 등 해선 안되는(네거티브) 체벌의 범위를 어디까지 넣어야 할지 그 세부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사건을 여러차례 담당해온 한 현직 검사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도 체벌 방법이나 정도가 과할 경우 '학대'로 간주해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친권자는 법적으로 아동을 교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인데, 현행법상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아동복지법에 '체벌은 아동학대로 처벌한다'는 법조문이 있지만 법원은 교육 의도를 고려해 체벌이 훈육인지, 폭행인지 판단한다"며 "체벌과 훈육의 경계선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동학대)특례법 1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는데, 이를 개정하는 것"이라며 "신고후 범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고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아동학대에 대한 주변인 신고를 최대한 권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날 간담회 의견 수렴 후 관련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개정시안을 만들 방침이다. 끔찍한 아동 학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범죄를 저지른 친권자를 엄벌할 수 있는 개정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