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도입이 총선 결과 좌우'에서 논쟁 시작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기본소득제 논쟁이 백가쟁명식으로 커지고 있다. 재원과 효과를 놓고 '비용'과 '권리'를 지적하며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일련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을 도입한 것에서 기본소득제 논쟁이 일어났다.

1회성 재난지원금 지급이 일정부분 지난 4·15 총선에서 표심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야당을 시작으로 여권내 대권·당권 주자들의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도입하자고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었지만 그는 '시기 상조'라며 발을 뺐다.

   
▲ 이낙연 국회의원(서울 종로)·이재명 경기지사·박원순 서울시장./사진=(좌)더불어민주당·(중)연합뉴스·(우)서울시 제공

지금은 여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재정 부담을 감안하면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기본소득 보다 고용보험 확대를 내세우고 나섰다.

이낙연 의원은 재원 확보 등 지속가능한 실현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전문가들 의견은 대체로 하나로 모아진다. 기본소득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부담을 비롯해 저소득층 등 기존 복지 기득권의 저항, 근로 의욕을 꺾는 역효과가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이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13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가 나온 이유는 '복지를 받으면 일을 안한다'는 기존 복지제도의 맹점을 보완하자는 것인데, 핀란드에서의 실험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행복해 했지만 노동 인센티브가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교수는 "공짜인데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다. (공짜로 받는) 기본소득 액수가 많아지면 일을 더 안할 것이다"며 "또한 (기본소득에는) 돈이 무지하게 많이 든다. 그걸 하려면 증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월 백만원으로 생각하면, 일년에 600조로 추산된다. 이걸 하려면 국민 각자가 최소 지금 세금의 2.5배를 내야 한다. 1인당 1000만원을 냈다고 치면 25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래서 이건 세금으로는 못한다. 세금을 그렇게 거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부채로 가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부채(재정 적자)로 가게 된다"며 "결국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기본소득에 들어가는 200~300조원만 4~5년 가량 하면 대한민국은 망하는 것이다. 원화 건전성에도 매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기본소득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라며 "기본소득이 장기화되어 세금을 계속 걷으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소득이라는 이람으로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덧붙였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이 총선 승패를 갈랐다는 생각에서 중산층 마음을 끌려는 것이 기본소득 신드롬의 정치경제학적 본질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증세 없이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있는 복지시스템을 해체해 기본소득으로 돌리면 저소득층은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오히려 피해를 보는 '루저'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전문가로 꼽히는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날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왜 기본소득제가 필요한지, 어떤 기본소득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철저한 평가에 기초한 정책경쟁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국가차원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며 "기본권을 보장하되 소득수준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음의 소득세'가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빈곤 퇴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정 부담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표를 선점하겠다는 정치권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기본소득 모델에 대해 철저히 평가하고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의 현명한 처사와 정책 경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