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인프라 지원 통한 리쇼어링 박차…안정적 밸류체인 확보
한국, 외투기업 대상 법인세 감면 폐지…환경규제 등도 걸림돌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은 법인세 인하,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지난 9년간 애플·제너널모터스(GM)·보잉·인텔 등 3327개사가 자국 내로 귀환하는 리쇼어링을 이뤄냈다. 매일 기업 하나씩 돌아온 셈이다. 이를 통해 총 34만7236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은 법인세를 39.2%에서 25.8%로 낮췄으며, 일본도 39.5%에서 29.7%로 내렸다. 영국도 이웃국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28.0%에서 19.0%로 인하했으며, 프랑스도 33.3%에서 25%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자국 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해외기업을 편입시키기 위함이다.

   
▲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사진=포스코그룹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의 제조업체 유치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법인세 인상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코로나19 주요국의 경제·통상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중국·독일·일본·인도·베트남 등의 국가가 고용안정 및 기업 공급망 강화 등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리쇼어링을 적극 지원하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도 지속하고 있다. 기존 밸류체인이 비용절감 등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으나, 코로나19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안정성·위기대응력·복원력을 갖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별 제조업 지원정책을 연방정부 차원으로 통합하고 인프라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4월 기업이 생산거점을 자국으로 옮길 경우 비용을 최대 3분의 2까지 지원하는 '해외 서플라이체인 개혁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독일도 의료·에너지·인프라를 비롯한 산업의 자국 내 생산비중을 높이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으며, 중국 역시 핵심부품의 국내조달 비중을 높이기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은 저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및 정책지원 등을 통해 '차이나+1'의 중심지로 떠오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는 중국 바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의 상당수가 중국과 관련된 것을 노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 한국·미국 연도별 유턴기업 추이(단위:개)/자료=산업통상자원부·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반면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인상되고, 과표구간도 늘어나는 등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펴는 탓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귀향'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역내 기업들 중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업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인건비 부담도 높고 복귀에 따른 인센티브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18년 132억99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5억7000달러로 20% 넘게 감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FDI의 감소는 외투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조치 폐지와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친 영향으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올해 초 외투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여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악화됐다'(22.6%)는 응답이 '개선됐다(13.4%)' 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규제도 제조업체 유치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경연이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33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2%가 20대 국회 동안 환경규제가 강화됐다고 응답했으며, 배출권거래법 등 대기관련 규제와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등을 '가장 부담스러운 환경규제'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기업 유치 및 리쇼어링 등을 통해 '소.부.장'을 위시한 국내 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나, 선진국 및 신흥국에 비해 실질적인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법인세 인하·파리협약 탈퇴 등으로 '제조업 르네상스'에 성공한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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