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가격은 수요와 공급, 타겟, 지향하는 포지셔닝 등에 결정...대기업 호텔에 '한탕주의'는 없어, 호텔 구조 잘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
   
▲ 제주 신라호텔 전경./사진=신라호텔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최근 한 언론 매체에서 '호텔 1박에 89만원?...제주도 '방값 바가지' 도 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주도에 있는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특급호텔들이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 못해 제주도를 선택한 관광객들에게 '코로나 바가지'를 씌운다는 내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링크하며 "코로나로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틈을 타 한탕주의를 노리는 업체의 바가지요금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번 제주도 특급호텔 바가지요금 이슈는 제주도청에서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서 일단락됐지만, 특급호텔에 '바가지요금'이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과 지자체장이 더욱 놀라웠다. 

세계적인 체인호텔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체들과 달리 예약 상황에 맞게 요금을 조절하는 RM(레비뉴 매니지먼트)이라는 조직이 있다. RM은 객실점유율과 객실 단가를 놓고 매출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일이다. 국내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호텔이 늘어나는 추세다. 

즉 호텔의 객실 요금은 항공권 가격과 유사하게 철저히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또 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은 명품 전략을 선택해 객실이 텅텅 비더라도 절대 정해진 가격 이하는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이 이면에는 '어중이떠중이' 고객은 받지 않겠다는 속내도 있다.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태국 방콕의 호텔들도 모두 가성비 있는 호텔들만 있는 게 아니다.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은 1박에 100만원이 넘을 때도 많다. 이 호텔은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이 끊긴 상황에서도 가격을 크게 내리지 않았다. 아만 도쿄에서 하루 숙박을 하기 위해서는 100만원 이상 각오해야 하며, 리츠칼튼 교토도 벚꽃 시즌에는 1박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데도 방을 구하지 못한다.

그 외에도 룸 타입과 포함된 서비스 시설 등에 따라 같은 호텔 내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은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타겟팅하는 고객층,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호텔 레벨 등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다. 그래서 호텔마다 여러 등급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격과 서비스, 타겟층 등을 나눠 차별화와 다양성을 추구한다. 롯데호텔에 시그니엘과 L7, 롯데시티 등의 브랜드가 있는 것도 이 같은 원리이다. 

그런데 7월말 8월초 극성수기에 제주도에 있는 일부 특급호텔의 객실 가격이 80만원이 넘었다고 '바가지'라고 표현한 것은, 호텔업에 대해 잘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판단한다.

지자체의 호텔 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하면, 그 지역에 호텔업 허가를 많이 내줘 경쟁을 촉진하면 될 일이다. 특히 대기업 계열 호텔은 하루 이틀 영업하고 떠나지 않기 때문에 절대 '한탕주의'가 있을 수 없다. 이들은 오히려 글로벌 호텔로 커 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 

게다가 제주롯데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의  올해 극성수기 가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됐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들은 표준 객실료(렉 레이트) 이상으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생각해 보라. 매년 인건비와 식자재 등 비용은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10년 전 호텔 가격과 지금의 호텔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물가 상승률만큼 호텔 가격이 매년 올랐을까?

극성수기에 호텔 가격이 좀 높게 책정됐다고 '바가지'라고 표현한 것은 호텔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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