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평균 정제마진 배럴당 -0.1달러
항공유 판매 급감 등 수요부진 치명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 1분기 4조원을 넘겼던 국내 정유4사의 적자폭이 2분기에는 1조원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정제마진 평균은 배럴당 -1달러에 육박했다. 이 기간 중 플러스를 기록했던 것도 6월 3~4째주(0.1달러)에 불과했으며, 7월 들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한때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마이너스를 찍는 등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의 영향이 축소됐음에도 정유사들이 흑자전환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BEP)이 4.5달러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유를 휘발유·등유·항공유 등으로 정제해서 판매시 배럴당 5.5달러의 손실을 입은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부가제품 판매량이 축소된 것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5월 정유사들의 항공유 납품량은 255만3000배럴로, 전년 동기(657만4000배럴)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국내외 항공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을 4000억원대 규모로 보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생산량을 1분기 대비 일일 15만배럴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조원을 들여 건설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의 경제성이 감소한 것과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2공장에 7억3000만달러를 추가 투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배터리부문의 적자 지속 및 낮게 형성된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제품 마진 등도 거론되고 있다.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에쓰오일도 1500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1분기와 비교하면 8500억원 가까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정제설비 가동률 하락 및 벤젠을 비롯한 방향족 화학제품 스프레드 악화가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GS칼텍스 역시 최대 30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적자 지속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3분기 실적도 코로나19 상황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 등으로 주요국 락다운(봉쇄조치)이 재개·강화되면 휘발유·항공유를 비롯한 제품 수요가 반등하지 못해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OPEC+가 다음달부터 감산량을 일일 970만배럴에서 770만배럴로 줄이고, 내년 초부터 이를 580만배럴로 낮추기로 합의하는 등 공급증가가 예고된 가운데 최근 미국 내 원유 재고가 예상을 깨고 증가하는 등 수급 악화가 우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1400만배럴까지 높아졌던 해상 원유 재고가 200만배럴까지 축소된 것이 다행"이라면서도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하면 재고평가이익 및 제품 단가 인상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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