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100GWh 목표…삼성SDI, 1조5000억원 투자
한국 34.5%·중국 32.9%·일본 26.4%…원자재·기술 특허 필요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가운데 이를 사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출하량 기준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34.5%로, 중국(32.9%)과 일본(26.4%)을 추월했다. 일본이 2018년부터 시장점유율을 잃는 상황에서 중국도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한국은 2016년 대비 25%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전략이다. 테슬라·폭스바겐(VW)·현대차·아우디·볼보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면서 실적을 쌓고 있으나, 시장규모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SNE리서치는 온실가스 규제 및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비롯해 각국에서 추진 중인 환경정책의 영향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공급량이 지난해 340GWh에서 2030년 2985GWh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LG화학


LG화학은 이를 공략하기 위해 주행거리 500km 이상의 3세대 전기차(EV)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하고, 올해 말까지 생산력을 연산 10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170만대 분량이다. 최근 고려대와 기술개발·인재양성을 위해 손을 잡는 등 연간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 중 30% 이상을 배터리 부문에 배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농협은행과 5억5000만유로에 달하는 그린론 계약을 체결, 폴란드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했으며,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오하이오주에 연산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계약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 배터리셀 공장 'BEST'에서 연산 7.5GWh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헝가리 코마롬 내 공장 두 곳에서도 물량을 쏟아내기 위한 토대를 닦는 등 8년간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

미국 조지아에도 연산 21.5GWh의 생산력을 갖추기 위해 총 3조원을 투입해 공장 두 곳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서산)와 해외 생산기지를 포함해 2025년까지 총 생산력을 10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 미국 조지아주 내 SKBA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사진=SK이노베이션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SDI도 지난해 생산력·기술력 증대를 위해 1조59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헝가리 공장 증설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고용량·고출력 배터리셀을 출시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는 등 '초격차' 기술도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 업체들이 향후 2~3년간 지속될 중국·일본과의 각축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리튬·니켈 등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특히 과거 중국이 특허 수에서 한국을 추월한 뒤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았은 LCD의 사례를 들어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특허를 확보해야 하며, 소재기술 특허 및 상용화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도 촉구했다.

손창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향후 2~3년 내 급격한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뿐만 아니라 산·관·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