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개입, 닛산·혼다 합병 요구…日 특유 관치행정 드러나
일본차, 전기차 개발 지연, 디자인 퇴보 등…글로벌 경쟁력↓
   
▲ 혼다 오딧세이/사진=혼다코리아


[미디어펜=김상준 기자]일본 정부가 지난해 닛산과 혼다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양사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닛산과 혼다를 합병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가동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참모진들 주도로 두 기업의 합병이 추진됐으나 합병 이후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 될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 닛산 알티마/사진=닛산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르노·닛산 336만대, 혼다 191만대를 판매해 두 기업 합병 시 산술적으로 527만대 규모의 자동차 기업으로 탈바꿈되게 된다.

402만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한 토요타를 100만대 이상 앞서는 기업으로써 판매 규모 면에서 자동차 업계를 압도하는 1위 기업이 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현시점에서 두 기업의 합병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닛산과 혼다의 합병이 논의된 것 자체가 일본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일본차 업계 공통으로 전기차 상용화에 뒤져졌다는 평가와 함께, 차량 디자인 및 내부 전장 부품들의 수준도 점차 도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카를로스 곤 前 르노·닛산 CEO/사진=프랑스24


또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CEO의 일본 탈출 사례에서 드러난 일본 특유의 ‘관치’ 행정이 일본 자동차 업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를로스 곤 전 CEO는 자신의 고국인 레바논으로 탈출한 뒤, 일본 정부의 부당하고 부조리한 횡포 및 경영권 개입 사례를 폭로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상황은 악화 일로를 겪고 있다. 한때 ‘기술의 닛산’으로 불리며 전 세계 시장에서 선방했던 닛산은 글로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를 결정하며 몸집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혼다 역시 판매 부진 여파로 올해 2분기 808억엔(약 9073억)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혼다의 경우 자동차와 이륜차를 함께 팔고 있는데, 이륜차가 주로 판매되는 동남아에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 혼다 어코드/사진=혼다코리아


아울러 혼다는 국내에서도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올해 1~7월 1582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6152대)보다 74.3% 감소하는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철수를 결정한 닛산보다도 차가 적게 판매되며, 다음 철수기업은 혼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본차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목받을만한 마땅한 신차가 없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기술력과 전기차 제작에도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사진=토요타코리아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약진으로 싸고 품질 좋은 차가 일본차에서 한국차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구성 측면에서는 일본차가 여전히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ADAS 등 최신 기술, 세련된 디자인 등은 오히려 현대차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차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인해 일본 정부가 닛산과 혼다의 합병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자율주행 등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 일본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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