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증여세 부과 처분 위법"...원고·피고 상고 모두 기각
   
▲ CJ 이재현 회장./사진=CJ그룹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1674억원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일 "원고가 국내 계열사 주식의 실제소유자인 사실, 원고가 해외 특수목적법인 내지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국내 계열사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해외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 계열사 주식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고 있으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해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함으로써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90년대 중후반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차명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해외금융기관 등을 통해 주식을 취득·양도해 이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서울 중부세무서는 지난 2013년 9∼11월 이 회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총 2614억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형사사건에서 무죄로 인정된 부분 등을 포함해 940억원을 취소하라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 회장은 나머지 세금 1674억원도 취소해달라며 지난 2017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SPC와 해외금융기관 등을 통해 주식을 취득한 것이 명의신탁 재산의 증여에 해당한다"며 이 회장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약 1562억원의 세금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해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이 회장과 SPC, 해외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가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관련 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피고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사실, 원고와 해외 특수목적법인 또는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을 수긍함으로써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요건사실은 과세관청에게 증명 책임이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 판결은 원고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게 한 경우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에 따라 이 사건 주식의 보유·처분에 따른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이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원심 판결을 수긍함으로써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국면과 실질과세원칙의 적용국면이 다르다는 기존 선례의 취지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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