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5조3000억원 지원받게 돼 정부 입김 커질 전망
전문가 "산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 의사결정 과정 상 문제점 면밀히 따져야"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르면 이번주 내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구조조정 이전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부실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의가 오는 11일 오후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정부 당국은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을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

매수인으로 나섰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주채권자 한국산업은행과 매도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2조원 가량의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안기금 투입이 이뤄질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운영자금과 영구채 인수 등을 포함해 구제금융조로 총 5조30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현재도 영구채 등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37%를 보유해 산은 등 정부가 최대주주로 평가된다. 2조원을 추가로 받게 될 경우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행사하는 입김도 더욱 커져 사실상 한국철도공사와 같이 국영기업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 아시아나항공 에어버스 A350./사진=아시아나항공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규모가 12조원에 달한다. 항공기 리스료가 회계기준이 변경돼 부채에 포함된 점 등을 감안해도 지난해 6339억원이던 자본금은 올해 상반기 488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366.1%로 571% 폭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떠안게 된 산은은 대수술을 기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앞서 아시아나항공 경영 부실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전세계적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빠져있어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코로나19를 경영 부진의 이유로 꼽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기자회견장에 나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내놓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 시점에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돈을 벌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전반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하 경영진이 깊숙이 관여했던 만큼 어떤 점이 문제로 작용해왔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관할하게 된다면 인원 삭감부터 하며 호시절이 오기만을 기다릴 우려가 매우 크다"며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면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산은이 어떤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해나갈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실 원인이 싹을 틔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오답 노트를 만들어 공부하지 않으면 같은 유형의 문제를 계속 틀리게 되듯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문제점을 샅샅이 찾고 난 다음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게 순리"라고 제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은은 그저 아시아나항공 파산 관재인격으로 적당주의에 입각해 경영할 게 아니라 회생시켜 매력적인 매물로 키워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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