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잇따르는 이유는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전초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K방역의 위상과 더불어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이 글로벌 제약사의 수요를 충족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최근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이들이 지원하는 다국적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는 본계약 이전 단계로 어떤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제조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CEPI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은 총 9가지로, 모더나, 큐어백, 이노비오,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계약 기간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다. 해당 기간 동안 CEPI는 GC녹십자를 통해 5억 도스(1회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국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4393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양사의 계약 조건에 따라 기밀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R&D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미국 노바백스와 각각 지난 7월과 8월 위탁생산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늘어나는 수주량에 따라 최근 백신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1억5000만도즈에서 5억도즈 규모로 늘리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백신이 개발에 성공할 경우 SK의 안동 L하우스(공장)에서 생산된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위탁생산 업체로 선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푸트니크V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하는데, 현재 AZ가 개발중인 백신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점에서 AZ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이력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언급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 추진 중인 건은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내 바이오의약품 CDMO 업체들의 대형 계약이 잇따라 성사되는 이유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수요가 몰린 탓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경우 전세계 수요를 맞춰야하는데 개발사 자체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따라서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하는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사 입장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에 막대한 개발 비용을 들이는 만큼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를 위해 CDMO를 적극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은 중국 등 다수 경쟁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도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CDMO 시장은 2017년 97억달러(약 12조원)에서 연평균 15.3%씩 성장해 2025년에는 303억달러(약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CDMO는 고객사로부터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는 것은 물론 의약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세포주와 생산공정을 개발하는 위탁개발(CDO)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업모델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