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10명 안팎 전망…꽃놀이패 쥔 여당, 법 개정안 강행할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인 공수처장 후보의 1차 추천 시한이 9일 오후 6시로 임박했다. 오는 13일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2차 회의를 갖고 심사에 착수할 가운데, 후보군은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공수처장에 대한 엄격한 중립성·공정성 요구에 '인물난'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7명 각 추천위원당 5명씩 최대 35명까지 추천 가능하지만, 실제 1차 추천 후보군은 최대 15명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여야 양측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초대 공수처장 선출 과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자격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합쳐 법조계 경력이 15년 이상이어야 하고 정년 65세를 넘기면 안된다. 검사 혹은 대통령 비서실 소속 공무원의 경우, 퇴직해서 각각 3년 및 2년이 지나야 한다.

여야 양쪽이 아니라 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9일 오전 공수처장 후보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54·사법연수원 21기),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57·16기),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61·15기)를 추천했다.

   
▲ 사진은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지난 6월 25일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대국민 공청회 모습.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다. / 사진=KTV국민방송 유튜브
초대 공수처장 최종후보 추천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기본적으로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한다지만 그 선정 과정에서 여당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후보 추천 의결에 6명이 필요하다. 야당측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수처장 임명이 불가능하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 추천위 2차 회의를 지켜본 후 모법(母法) 개정안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야당측 추천위원 2명의 입장을 보고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야당이 거머쥔 공수처장 후보 거부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의원들이 이미 논의한 상황이다. 개정 논의를 나눌 법사위 1소위는 이르면 16일 열릴 수 있다.

여당 개정안은 의결 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낮춰 총 7인 중 5명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했다.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법조계는 여당이 야당 거부권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강행하면 이른바 공정성·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차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9일 본지 취재에 "이럴거면 그토록 패스트트랙을 통해 야당의 물리적 반발까지 물리치고 공수처법 제정을 강행한 취지가 우스워진다"며 "당시 여당은 야당에게 거부권이 있으니 공수처장을 뽑는데 정권 편향적인 인사가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슈퍼여당의 독주나 마찬가지"라며 "여당은 개정안을 지난 9월 법사위 1소위에 기습 상정했고 향후 1소위 통과 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법원 또한 지난 9월 10일 법사위에 제출한 개정안 검토의견서에서 공수처장 의결 요건의 완화에 대해 "우리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고위공직자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9일 후보 추천 1차 마감 후 13일 2차 회의에서 여야 대리전 양상의 치열한 신경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법 개정안의 카드를 들이밀어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공수처장을 앉힐지, 법치주의-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야당의 거부권을 수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