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장관 소환 임박…검찰 "정책 집행과정상 문제·조작 살핀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전지검의 칼끝이 청와대 윗선을 향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산업부-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의사결정·지시과정을 수사할 방침이다.

지시자의 최종 윗선이 누구일지,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의 핵심 어디까지 겨눌지 주목된다.

검찰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여당 주장에 선을 그으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지검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 결과와 국민의힘 고발로 진행된 사안"이라면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 다만 정책 집행과정상 문제·조작을 살피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구체적으로 "이번 수사 대상은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원전 경제성 축소 조작과 증거인멸"이라는 입장이다.

   
▲ 문재인 정권의 숱한 외압과 퇴진압박속에서도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문제점을 밝히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최재형 감사원장. 앞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심한 감사 저항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팀은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관실에서 근무했던 산업부 과장급 공무원 2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산업부 국장급 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한 한수원 차장급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고, 원전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를 작성했던 A회계법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곧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조사도 불가피하다.

특히 수사팀이 압수한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휴대전화의 포렌식(데이터복원) 결과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그 밖에도 수사팀은 당시 기후환경비서관실과 산업정책비서관실에 각각 근무했던 행정관 2명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히는 이 3대의 휴대전화에서 통화와 문자를 복구해 청와대 윗선이 관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수사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전망이다.

앞서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은 지난 12일 채희봉 전 비서관·백운규 전 장관을 비롯해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 총 7명을 직권남용·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감사원법 위반·공용서류 무효 등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사건 의혹은 크게 경제성 조작과 증거 인멸, 두가지로 좁혀진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월 산업부는 회계법인을 통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기존 3427억 원에서 163억 원으로 조정했고, 한달뒤 한수원은 이러한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증거 인멸의 경우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감사에 착수하자, 11월 산업부 국장이 직원들을 불러 '감사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산업부는 감사원이 요청한 자료 일부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한수원이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기까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어디까지 관여하고 지시·보고받았는지, 그 실체가 규명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