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평가 조작·증거인멸 어디까지 규명?
대통령비서실-산업부-한수원 의사결정·지시과정 수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18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전지검이 수사에 들어가자,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 핵심까지 겨눌지 관심이 쏠린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산업부-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의사결정·지시과정을 수사할 방침이다.

관련 의혹은 크게 두가지로 좁혀진다. 경제성 조작과 증거 인멸이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월 3일 청와대가 산업통상자원부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안 및 향후 계획"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고 이튿날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조기 폐쇄를 결정한 뒤 즉시 원전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산업부는 한수원에게 '원전 즉시 폐쇄 방침'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8년 5월 산업부는 회계법인을 통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기존 3427억 원에서 163억 원으로 조정했고, 같은해 6월 15일 한수원은 이러한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 문재인 정권의 숱한 외압과 퇴진압박속에서도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문제점을 밝히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최재형 감사원장. 앞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심한 감사 저항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사진=연합뉴스
증거 인멸의 경우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11월 산업부 국장이 직원들을 불러 '감사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산업부는 감사원이 요청한 자료 일부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미비한 내용을 중심으로 2차 자료를 요구했는데, 산업부 실무자는 감사관 면담 전날인 휴일 밤에 청와대 보교자료 등 문건 444개를 컴퓨터에서 삭제했다는 것이 두번째 의혹의 골자다.

수사에 착수한 대전지검은 지난 5일 대구에 자리한 한국가스공사 본사,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산업부,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동시 확보했다.

또한 검찰은 2018년 당시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집무실 또한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와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산업부로부터 월성 1호기 폐쇄 추진 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 등의 지시로 한수원이 평가 변수를 조작해 경제성을 재산정하는 조작을 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는 검찰이 증거 인멸 등 감사원의 감사 방해를 포함해 '지시자의 최종 윗선'까지 규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산업부는 '감사 대상인 직원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형사5부는 이상현 부장검사가 이끌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고 2019년 울산지검에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다루었다. 2020년 대전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 황운하 민주당 의원(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 관할인 대전지검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이두봉 현 대전지검장에게도 눈이 쏠린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당시 1차장을 지냈고, 대검에서는 과학수사부장을 맡아 윤 총장을 보좌했다.

이처럼 대전지검장과 사건 담당 부장검사가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편파수사이자 과잉수사"·"일종의 청부수사"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당의 반발이 대대적으로 나오고 있기도 하다.

수사는 이제 들어갔다. 정식 고발장을 받은 후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통상 절차다.

수사팀을 위축시키려는 법무부와 여권의 압박이 이어질지,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를 향한 대전지검의 칼날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