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5%→5.0% 변동에 완성차 판매 31%↓
연간 4번 변동 주먹구구식 개소세 정책, 소비자 당황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시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 종료기한이 다가오면서 다시 판매절벽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개소세 감면 폭이 줄거나 정상 세율로 환원되면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패턴이 이어져 온 바 있다. 이에 올해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내년 초 개소세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상세율 대비 30% 감면된 3.5%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개소세는 법 개정이나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내년 1월부터 다시 5%로 환원된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개소세율이 3.5%에서 5%로 오르면 가격이 3000만원 내외인 중형 세단이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준 50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다. 고가일수록 인상 폭은 더 커진다.

자동차 가격에 비하면 금액차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 반영되는 영향은 막대하게 작용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내수 진작 차원에서 개소세를 3.5%로 낮췄다가 올해 1월 5%로 올리자 완성차 판매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5.2%나 급감했다. 연말 특수에다 개소세 인하 막판 수요까지 몰렸던 전월(2018년 12월)과 비교하면 무려 31.2%나 폭락했다.

내년 1월 개소세가 5%로 오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개소세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12월까지 1년 6개월간 3.5%였던 개소세를 올해 1~2월 5%로 환원한 뒤 3월부터 다시 1.5%로 낮춰 버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긴급 처방이었다고는 하지만 소급 적용 없이 등록일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단 하루 차이로 수백만원을 손해 보는 소비자들까지 생겨났다.

3~6월 1.5%였던 개소세는 7월부터 3.5%로 올랐고,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내년 1월에는 다시 5%로 바뀐다. 불과 1년 사이에 무려 네 번의 개소세율 변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일관성이나 형평성은 전혀 고려치 않고 닥치는 대로 개소세율을 올리고 내린다는 '학습효과'가 생겨났으니 시장 혼란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개소세가 다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다분한 만큼 5%로 환원시 이를 쉽게 수긍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며 "자연스럽게 소비절벽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시장이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받쳐주던 내수 시장까지 무너질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율 감면폭을 더 확대하거나 아예 취지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소세는 특정한 물품·특정한 장소에의 입장행위, 특정한 장소에서의 유흥음식행위 및 특정한 장소에서의 영업행위에 대하여 부과되는 소비세를 말한다. 과거 사치품으로 분류됐던 물품에 붙이던 항목으로 1977년 1월부터 적용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됐던 세금이지만 현재는 대중화되며 필수품목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세율적용은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지난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소세 70% 인하(세율 1.5%) 관련 법률 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당시 정만기 KAMA 회장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이 정상화되고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업체들의 위기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본격 해소되는 때까지는 개별소비세 70%인하에 따른 내수촉진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개소세 폐지나 차등면제 방안을 담은 법안도 잇달아 발의됐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승용차에 부과하는 개소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된 현 상황에서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윤영석 의원의 주장이다.

윤영석 의원은 또 그동안 정부의 주먹구구식 개소세 인하가 세수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올해 3월 이전에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만 감면 효과를 얻지 못해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부가가치세와 함께 개소세가 부과되는 '이중과세' 문제도 언급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중·저가 차량에 한해 개소세를 면제해주자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양향자 의원은 3000만원 미만 차량을,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배기량 1600cc 미만 차량을 면제 대상으로 한정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막대한 세수를 포기하고 개소세 폐지나 차등면제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매년 징수되는 자동차 개소세는 1조~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있어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 세법에 얽매여 아직도 자동차를 사치재로 보는 것은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제는 서민들에게도 필수가 된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세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